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27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 판사 정형식) 심리로 열린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앞으로 삼성그룹 회장이라는 타이틀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의 마지막 회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도 이 부회장이 그룹 회장보다는 삼성전자의 회장을 하고 싶어 했다고 증언했다.
이 부회장이 구상하는 ‘뉴삼성’의 요체는 이사회 중심 경영체제다. 이사회 강화 등 지배구조 선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건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수뇌부 인사를 통해 사상 처음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의 역할을 분리한 것이었다. 또한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액면분할 안건과 함께 외국인 CEO 출신 사외이사 등으로 이사회의 다양성을 대폭 강화하는 혁신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면 이사회는 독립성을 키우면서 주주를 대신한 경영 감독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삼성은 대내외적인 악재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개별 계열사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통해 자율에 맡기고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의 경영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3축의 지주사로 개편해 투명성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에도 무게가 실린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4대그룹을 만나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한 지 약 7개월이 경과한 현재, 4대그룹 중 삼성만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더욱더 관심이 쏠린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설 명절 전까지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다른 대기업들도 삼성의 발표에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미래전략실 차원의 그룹 경영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그동안 옥중에서 삼성경제연구소 등을 통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투자와 인수합병(M&A), 연구개발(R&D) 활동 등에 몰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옥중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소식을 들으면서 ‘왜 우리는 할 수 없냐’는 등 미래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