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지난해 금리인상과 예대율 규제 강화의 영향으로 정기예금을 20조 원 이상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정기예금 이자를 올린 데다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되는 더 강화된 예대율 규제에 선제 대응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527조2659억 원으로 전년(2016년)보다 22조1692억 원(4.4%) 증가했다.
은행별 정기예금 증가세를 보면 최근 1년 새 NH농협은행은 7.9%, KB국민은행 6.6%, KEB하나은행 4.32%, 신한은행 1.74%, 우리은행은 1.23% 순으로 잔액이 늘었다.
특히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2016년에는 전년보다 정기예금 잔액이 줄다가 지난해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나머지 은행들은 2016년에도 정기예금 잔액이 늘었지만, 지난해 그 폭이 더 확대됐다. 이에 5대 은행 평균치로 보면 2016년 정기예금 증가액(15조7466억 원)보다 지난해 증가액이 6조 원 이상 많다.
지난해 정기예금이 대폭으로 늘어난 것은 지난해 11월 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들이 정기예금 이자를 올린 영향이 작용했다.
한국은행의 예금은행 가중평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를 보면, 은행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 7월(연 1.56%)부터 지난해 12월(연 1.91%)까지 상승 추세를 보여 연 2%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은행들이 이자를 더 많이 얹어주니 시중 유동자금이 몰린 것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예대율 규제가 대폭 강화되는 것도 정기예금 증가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예대율은 예금액 대비 대출액 비율로 은행들은 은행감독 규정상 100% 이하로 관리해야 한다. 은행 건전성을 위해 예금액을 초과해 대출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놓은 규제다. 올 하반기부터는 가계대출에 가중치 15%를 높이는 더 강화된 예대율 규제가 시행된다.
예컨대 가계대출을 100억 원 했다면 지금까지는 분자에 100억 원만 계산되지만 앞으로는 115억 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에 은행으로선 예대율을 관리하기 위해 분모인 예금액을 더 많이 유치할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1~3년 돈을 묶어놓는 정기예금은 언제든 입출금을 할 수 있는 보통예금보다 예대율 관리에 용이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