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060원대로 떨어지며 3주일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시장 관심이 컸던 미국 소비자물가(CPI)가 예상을 넘어 높게 나온 것이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확산했다. 또 시장 예측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미 연준(Fed)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제거로 받아드리는 인식도 확산했다.
미 1월 CPI는 전월대비 0.5% 상승해 시장예측치 0.3%를 웃돌았다. 전년동기대비로도 2.1% 올랐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원·달러가 당분간 하방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내외 주식시장과 달러 흐름에 좌우될 것으로 봤다. 다만 1060원 밑으로 떨어지긴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1060원대 초반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고, 그 수준에서 당국의 스탠스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하락한 역외환율을 반영해 1068.0원에 출발한 원·달러는 장중 1066.4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 또한 전달 29일 1061.9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장중고점은 1069.8원으로 장중변동폭은 3.4원에 그쳤다.
100엔당 원화환율은 2.93원 떨어진 1001.78원을 기록했다. 전장에서는 1004.71원까지 오르며 4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역외환율은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했다.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066.5/1067.0원에 최종 호가돼 전장 현물환 종가보다 9.9원 내렸다.
주식시장에서 코스피가 20.99포인트(0.87%) 오른 2442.82를, 코스닥이 27.78포인트(3.28%) 급등한 875.81을 기록했다. 외국인도 코스피시장에서 285억2800만원을, 코스닥시장에서 1148억8500만원을 각각 매수했다.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는 “주식시장이 반등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설연휴기간 역외환율이 하락한 것을 반영해 시작했고 장중 변동성은 크지 않았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글로벌 달러에 연동하는 흐름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번주 역시 대내외 주식시장과 글로벌 달러 움직임을 봐야할 것 같다. 리스크온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원·달러도 하방압력을 받을 듯 싶다. 다만 1060원이 깨지는 것에 대한 부담은 커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은행권 외환딜러는 “14일 미국 CPI가 좋게 나왔다. 이후 미 금리는 오르고 통화가치는 떨어지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미국쪽에 정치적 이슈가 있는데다 재정적자 우려도 달러화에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며 “인플레는 시장 예상 수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오히려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변수가 줄어든 분위기다.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시장은 안정을 찾았고 주식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원·달러 환율은 큰 틀에서 아래쪽이 되겠다. 다만 1060원대 초반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060원대 초반에서 당국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질 듯 싶다”고 전망했다.
오후 3시50분 현재 달러·엔은 0.26엔(0.24%) 오른 106.53엔을, 유로·달러는 0.0015달러(0.12%) 상승한 1.2411달러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