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움’은 ‘영혼이 재가 되도록 태운다’는 뜻에서 따온 말로,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괴롭힘 등으로 길들이는 규율 문화를 지칭하는 은어다.
최근 대한간호협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동료간호사나 의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태움문화’의 피해자도 40%를 넘었다.
가장 최근에 본인을 괴롭힌 가해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직속상관인 간호사 및 프리셉터(사수)가 30.2%로 가장 많았다. 동료간호사가 27.1%, 간호부서장이 13.3%, 의사가 8.3%로 직장 내 괴롭힘의 대부분이 병원 관계자로부터 발생하고 있었다.
괴롭힘의 구체적 사례로는 ‘고함을 치거나 폭언하는 경우’가 1866건으로 가장 많았다. 험담이나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리는 사례는 1399건, 일과 관련해 굴욕을 주거나 비웃음거리로 만드는 경우가 1324건 등이었다. 간협은 괴롭힘의 범주가 업무적인 측면뿐 아니라 비업무적이고 개인적인 측면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청원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직장 괴롭힘은 왕따나 과중한 업무 부여 등 직장 내에서 노동자의 신체·정신적 건강을 침해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위 전반을 말한다.
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직장 내 괴롭힘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한 번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직장인은 73.3%로 나타났다. 피해 빈도는 46.5%가 ‘월 1회 이상’, 25.2%가 ‘주 1회 이상’이었으며 ‘거의 매일’이라는 응답자도 12%에 달했다. 피해자들 중에는 심지어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한다는 답변도 나왔다. 거의 매일 괴롭힘을 당한다고 답한 피해자 중 33.3%는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친노동정책 방향에 맞춰 부당노동행위, 언어·신체·성적 폭력, 차별 등의 직장 내 괴롭힘 해소를 위한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고용부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연구용역을 완료한 상태다. 올해 상반기쯤에는 종합대책을 마련해 내놓을 예정이다.
앞서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올해 신년사에서 “부당노동행위, 성희롱, 갑질 등 인권침해 행위를 근절해 ‘일터 인권’을 지켜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월 7일 고용부 장관 자문기구인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가 정부에게 직접 직장 내 ‘갑질’ 조사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상하 간 괴롭힘, 폭언, CC(폐쇄회로)TV 감시 등 직장 내 인권침해 관행을 개선하고자 정부가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은 단순히 직장에서 해결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대책 마련과 실효성 있는 규제가 만들어져 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이와 함께 직장 내에서도 획일적인 수직 문화에서 벗어나 구성원들을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하려는 문화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