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비자금 조성을 위해 2007년 말 성동조선해양에 먼저 돈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성동조선해양 전 고위 관계자는 6일 “2007년 9월경 이팔성 전 회장 측이 회사에 비자금을 요구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시 오너(정홍준 전 회장)가 자금을 만들어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없는 돈을 만들려고 하다 보니 사내 일부 관계자들에게 소문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2007년은 성동조선해양이 사업 시작 단계여서 정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팔성 전 회장은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자 수억 원을 그의 사위인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에게 건넸다.
이팔성 전 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 전달한 자금은 2007~2010년 동안 모두 22억 원인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 중 8억 원은 성동조선해양에서 나왔다.
2007년 이팔성 전 회장은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당시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던 만큼 금융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다만, 성동조선해양이 이팔성 전 회장 측에 건넨 비자금은 서로 간의 이해관계가 맞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07년 말 기준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480.5%로 재무 건전성이 악화한 상태였다.
성동조선해양은 2009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으면 2010년부터 채권단 관리에 들어갔다. 이처럼 금융권 지원이 필요했던 만큼 당시 성동조선해양 최대주주가 자금 지원을 바라고 이팔성 전 회장 측에 자금을 건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홍준 전 성동조선해양 회장은 2005~2008년 동안 회사 자금 47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2015년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을 선고 받았다. 성동조선해양이 이팔성 전 회장에게 자금을 건넨 시기는 정홍준 전 회장이 회삿돈을 횡령한 시기와 일치한다.
한편 이투데이는 이팔성 전 회장 측에 전화통화와 문자로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