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트럼프발 무역전쟁 우려 지나치다

입력 2018-03-0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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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정책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매우 높다. 당장 미국의 게리 콘 백악관 국제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사임할 정도여서 뉴스의 민감도가 높아졌다. 금융시장도 출렁인다. 이번 흐름이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고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온다. 미국은 물론 국내 주가지수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로서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 많은 투자자의 생각과 달리 무역 분쟁은 트럼프 대통령이 뜬금없이 꺼내는 카드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점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과 같이 추세적이면서도 장기적인 이슈들은 주식시장을 전망하고, 또 대응하는 데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적지 않은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돌출적으로 무역 전쟁을 촉발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국제통화기금이 발간한 자료를 보면 세계 전체 교역량 가운데 비관세 장벽에 맞닥뜨린 제품의 비중은 이미 2000년부터 2%선을 넘어섰다. 민주당 정부가 자유무역을 신봉한다는 통념과 달리, 실제로는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줄곧 비관세 장벽을 높였다는 얘기다.

자료를 들여다보면 2008년 이후 오바마 행정부는 2000년대 초반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차이점이 많지 않다. 세이프 가드나 반덤핑 조치 중 어떤 것을 더 자주 사용했느냐 정도밖에 없다. 일례로 오바마 집권기였던 2016년 7월에 미국 상무부가 한국산 냉연강판에 대해 최대 65%의 반덤핑 및 상계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던 일을 들 수 있다.

또한, 과거 한국 수출의 흐름이 미국의 비관세 장벽과 큰 연관이 없다는 점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시 행정부가 세이프 가드의 칼을 꺼내 들었던 2002년과 2003년 한국의 수출은 각각 8.0%, 19.3% 늘었다. 오바마 행정부 때도 마찬가지다. 한국 수출은 냉연강판이 대규모 비관세 장벽에 부딪힌 2016년에 바닥을 찍은 뒤, 2018년까지 호조세를 지속하고 있다.

자료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결론은 간단하다. 보호무역주의 흐름은 지난 20년 동안 내내 추세적으로 강화됐고, 그런 흐름 속에서도 한국 수출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내 상장사 중에는 수출기업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 주식시장은 기업이익의 함수다. 주식시장의 방향이 궁금하다면 한국의 수출에 당장 영향을 미칠 만한 변수를 찾는 편이 낫다.

이런 점에서 지난달 28일 주목할 만한 중요한 수치가 발표됐다. 미국의 2017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정치다. 발표된 수치는 고무적이다. 미국 4분기 GDP는 전 분기에 비해 연율 기준 2.5% 성장했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들먹이는 까닭이 있다. 자료를 보면 한국의 수출은 미국 경제성장률의 상승과 하강 같은 ‘순환적 요인’에 의해 좌우되어 왔다.

장기적 전망에 흔들려선 안 되는 이유는 더 있다. 상대적으로 먼 미래의 일을 예상한다는 점은 매우 재미있지만, 실제로는 틀리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필립 E. 테틀록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교수가 최근 지적한 대로 수많은 전문가의 예측은 1년 정도까지는 정확할지 모르나, 3년 혹은 그 이상의 시기에 대한 전망은 ‘다트를 던지는 원숭이보다 더 부정확한’ 경우가 많다.

금융시장을 정확히 예측하긴 어렵다. 다만 이코노미스트 입장에서 조언하고 싶은 말은 한 가지다. 장기적 흐름에 매몰되면 투자 판단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정확하고 영향력이 낮은 긴 흐름의 변화를 우려하는 쪽, 그리고 당장 영향을 줄 수 있는 영향력이 높은 지표를 신뢰하는 두 가지 길이 있다. 선택은 이 글을 읽는 투자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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