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섀도보팅(Shadow Voting·그림자투표) 제도 폐지 이후 정족수 부족으로 감사위원 선임안이 부결되는 첫 사례가 나왔다.
영진약품은 지난 9일 정기 주총에서 감사위원 선임안을 상정했으나, 전체 의결수의 23.2%를 확보하는 데 그쳐 정족수(25%) 부족으로 부결됐다. 현행법상 감사위원 구성을 위해서는 4분의 1 이상 의결수를 확보해야 한다.
영진약품은 이른 시일 내에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을 재상정할 방침이다. 새 감사위원 선임 전까지 임기가 만료된 현 감사위원들이 연임하며 임무를 수행한다.
영진약품 IR 관계자는 “임시 주총을 지체없이 열고 감사선임안을 다시 상정할 방침”이라며 “다만, 주총 개최는 경영상 문제로 현재로선 날짜를 특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영진약품이 섀도보팅 피해 최소화 방안을 충족해 제재를 유예하기로 한 만큼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작년 12월 한국거래소 상장규정 개정을 통해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고 주주들에게 적극적으로 의결권 위임을 권유한 상장사에 한해 페널티를 주지 않기로 했다. 상법상 상장사가 감사위원회 구성 노력을 게을리했을 경우 최대 5000만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하나 영진약품은 상위 제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다만, 시장에선 이와 유사한 상장사들의 주총 의안 통과 문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영진약품의 경우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하고 소액주주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영업사원 100여 명을 동원했으나 필요 정족수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익명을 요구한 상장사 관계자는 “주총이 개최되도 똑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규모가 작은 코스닥 기업들은 주총 장소를 다시 구하는 것도 부담스러울 정도”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