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14부(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는 사망 당시 33세였던 남편 심모 씨를 대신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불승인 처분취소소송을 낸 하모 씨 손을 들어줬다. 판결이 확정되면 하 씨는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받을 수 있다.
재판부는 심 씨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망인이 앓고 있던 비후성 심근병증으로 인한 심실빈맥이 사망의 원인인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경우에도 사망률은 1% 내외로 낮다"며 "지병의 사망률과 망인의 사망 당시 연령을 함께 고려하면 전적으로 또는 주로 '지병의 자연적 진행'으로 사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망인은 업무 특성상 별도로 정해진 휴게시간 없이 하루 12시간 이상 일상생활 대부분을 매장 및 마트 건물 내에 머무르며 근무했다"며 "정기적으로 쉬는 날 없이 정한 휴무일에도 교육받거나 단체 산행에 참석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만성적 과로나 스트레스는 심장기능에 영향을 미치고 심혈관계 질환의 돌연사 위험을 높이므로 망인의 건강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제품 전문매장에서 판매부장으로 근무한 심 씨는 매일 오전 9시 20분부터 오후 9시 40분까지 근무했다. 근무 도중 쉴 수 있는 시간은 점심 시간을 포함해 하루 1시간 30분에 불과했다. 손님이 없을 때 쉬다보니 하루 평균 근무시간이 11시간을 웃돌았다.
심 씨는 2014년 11월 출근 직후 가슴통증과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고, 병원은 심 씨의 사망원인을 급성심장사로 추정했다. 하 씨는 남편이 "업무상 급격한 스트레스가 증가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결정이 내려지자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