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철강 관세 시행을 하루 앞둔 가운데 미국이 관세 면제 여부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과 엮어 우리 정부를 압박하면서 협상이 다음 달까지 계속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비롯한 정부 협상단은 철강 관세에서 ‘한국산 면제’를 확보하기 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철강 관세 문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과 연계해서 논의되고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1일(현지시간) 미 하원 세입위원회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의 철강 관세 면제 여부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에 달렸다면서 "우리는 한미 FTA를 개정하는 절차에 있기 때문에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철강 관세를 빌미로 FTA 재협상에서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한미 FTA 협상에 대해 "우리는 마지막 몇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이 위원회를 기쁘게 할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나 산업부는 협상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양국은 미국의 최대 관심사인 자동차 분야에서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이 우리나라의 자동차 안전ㆍ환경 규제 완화와 픽업트럭에 대한 자국 관세 철폐 기간 연장 등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국이 한미 FTA 협상에서 아직 일부 쟁점이 남아있다고 밝히면서 철강 관세 면제 여부가 더욱 불투명해졌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국가별 면제 협상 기한에 대해 "4월 말까지는 이 절차를 끝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관세가 업계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일부 국가는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관세를 적용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산업부는 미국이 관세 시행일인 23일 전에 면제 대상 국가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한미 양측이 한미 FTA 협상에서 실질적인 논의의 진전을 거두면서 한국이 면제될 수 있다는 기대가 조심스럽게 나오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아직 한미 FTA 협상에서 만족할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보고 협상을 끌어 우리 정부를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철강 관세는 한국시각으로 23일 오후 1시부터 시행된다. 우리나라가 관세 시행 전에 면제될지 아니면 시행 이후에도 협상을 계속하는 유예국에 포함될지는 22일 밤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캐나다, 멕시코가 관세 ‘예외국’으로 남고 여기에 브라질과 한국까지 면제되면 대미 철강 수출국 상위 4개국이 모두 빠지는 셈"이라며 "이렇게 되면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관세는 국내 철강업계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