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가 대두됐지만 우리나라 제조업계의 국내외 시장 최초 제품은 오히려 이전보다 역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미국과 유럽, 일본 제품의 ‘패스트 팔로어’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혁신과 창의성이 필요한 오늘날 ‘퍼스트 무버’로 발전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아이폰을 벤치마킹해 더 고사양의 스마트폰을 만들어냈지만, 이후의 포스트 아이폰을 구상하지는 못한다는 얘기다.
6일 현대경제연구원의 ‘국내 산업의 혁신활동 현황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계가 시장 최초 제품을 출시하는 비중은 하락 추세다.
제품 혁신 측면에서 ‘국내 최초’인 제품을 출시한 경우가 있다고 응답한 제조사 비율은 2009~2011년 33.0%에서 2011~2013년 27.7%로 낮아진 데 이어 2013~2015년 22.1%까지 떨어졌다. 2009년에서 2015년으로 오면서 10.9%포인트(p)나 급락한 수치다.
국내 제조사에서 ‘세계 최초’ 제품 출시가 있었다고 응답한 경우는 2009~2011년 5.0%에서 2011~2013년 6.9%로 소폭 상승한 뒤 2013~2015년 3.2%로 추락했다. 최근 국내 최초 제품을 내놓은 제조업체는 22%, 세계 최초는 3%에 불과하다.
일본의 경우 조사 방법에 차이가 있지만, 2012~2014년 기준 시장 최초 제품과 서비스가 53%에 달했다. 이 중 세계 최초라는 응답은 16%로 한국을 크게 웃돌았다.우리나라는 혁신 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은 늘었지만, 제품과 마케팅에 대한 혁신성이 선진국에 비해 저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기업 중 혁신 활동을 수행한 기업 비중(혁신율)은 2011~2013년 31%에서 2013~2015년 58%로 개선됐다. 이는 2012~2014년 기준 일본(45%)을 앞선 수준이지만 독일(67%)에는 못 미쳤다.제품, 공정, 조직, 마케팅 등 네 가지 유형별 혁신율을 독일과 비교해 보면 한국은 공정을 제외한 제품과 조직, 마케팅 혁신에서 큰 격차로 밑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