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떨어진 어느 나라에 투자를 하려고 하는데, 전쟁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비슷한 다른 국가에 비해 이점이 크지 않다면 선뜻 투자할 마음이 들기 어렵죠. 한국 주식시장을 대하는 외국인 투자자의 시선이 바로 그렇습니다.”
한국 주식시장의 상대적 할인을 뜻하는 일명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에 대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3차 남북정상회담이 이달 27일로 예정된 가운데, 그간 우리 증시를 짓눌러 왔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완화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대체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코스피지수가 연내 3000포인트를 넘기는 것도 가능하다고 낙관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30% 싼 한국 증시… 남북 간 기류에 춤추는 외국인 =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이익비율(PER)은 8.7배로, MSCI 신흥시장 지수(12.4배)의 70% 수준이다. 개별 국가들과 비교해도 한국은 미국(17.2배), 일본(13.5배)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13.2배), 대만(13.5배)에 비해 한참 낮았다.
이 같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으로는 군사적 긴장감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꼽힌다. 실제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한 외국인은 북한의 위협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일례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연말까지 북한의 미사일·핵실험 도발이 8회 있었는데, 당시 외국인은 75% 확률로(6회) 매도 규모를 늘리거나 매수 규모를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남북 관계에 긍정적인 신호가 발생하면 외국인들의 투자 심리가 개선하는 추세를 보였다. 올해의 경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것을 비롯해 △남북 고위급회담 개최 △4월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 △5월 북미정상회담 합의 등 8회의 긍정적 이벤트 직후 외국인의 매매동향을 봐도 75% 확률로 매수를 늘리거나 매도폭을 줄였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되면 코스피 3000도 가능” = 전문가들은 연이은 정상회담이 증시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끝 모를 대치가 반복됐던 한반도 지정학적 문제에 중장기 상황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중대 전기가 마련된 셈”이라며 “코스피 역시 현 수준에서 2635포인트 수준까지 상승할 개연성이 높다”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면 한국의 대외신인도 척도인 국가 신용등급이 상향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항상 한국 국가신용등급 추가 상향 조정에 근본적 제약 요인으로 북한 문제를 꼽아왔다. 국가 신용등급이 상승하면 한국 금융시장으로의 추가적인 자금 유입이 이뤄지거나, 외국인 직접투자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될 경우 ‘코스피 3000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주식시장은 다른 선진국이나 신흥국의 50~80% 수준으로 저평가돼 있는 상황”이라며 “4월과 5월 두 차례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올해 중 코스피 지수가 3000포인트를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북 비핵화까지 변수 많다” 회의적 시각도 = 반면, 과거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증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상당수다. 1차 정상회담이 있었던 2000년에는 IT버블 붕괴로 주식시장이 급락했고, 2007년 2차 정상회담이 열린 뒤에는 곧바로 정권이 바뀌며 북한과의 관계가 경색 국면으로 바뀐 바 있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증시의 ‘정상회담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려면 비핵화 합의 이상의 구체적인 결과가 나와야 한다”며 “단기간 긍정적일 수 있지만 장기 추세를 바꾸는 데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까지는 변수가 많은 상황을 마냥 낙관하기 어려운 만큼 섣부른 기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장재철 KB증권 연구원은 “남북 경협 문제는 유엔 제재와 미국 등 동맹국의 대북 제재가 완화되지 않으면 큰 폭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