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9’이 적용되면서 증권업계가 초긴장 상태다. 투자자산의 손익 반영 기준이 달라지면서 재무제표상 변동성이 덩달아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금융자산에서 ‘매도가능증권’의 비중을 크게 늘린 국내 대형 증권사들에 올해 1분기부터 새롭게 적용되는 IFRS9은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국내 10대 증권사의 금융자산 중 매도가능증권 보유량은 지난해 총 34조7662억 원(연결기준)을 기록했다. 이는 2년 만에 두 배 이상 규모가 커진 것이다. 특히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은 같은 기간 3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새로운 회계기준의 가장 큰 변화는 매도가능증권의 손익 반영 기준이다. 매도가능증권은 매매차익을 목적으로 취득한 ‘단기매매증권’, 만기가 확정된 채무증권인 ‘만기보유증권’을 제외한 유가증권을 말한다.
그동안 매도가능증권 손익분은 기타포괄 손익 항목으로 분류되면서 당기손익에 반영되지 않았지만, 변경된 회계기준은 당기순익에 직접 반영토록 했다. 특히 매도가능증권 중에서도 채무증권(회사채 등)의 경우 보유 기간 이자수익, 이자비용을 인식하게 된다. 이 때문에 손실 규모가 커질 경우 손익계산서상 변동성이 커지는 것은 물론, 재무상태가 악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회계기준원 관계자는 “증권회사는 투자자산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회계기준 변동에 따라 당기손익이 측정되는 금융자산의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손익변동성도 증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사 역시 “매도가능증권이 당기순이익(손실) 지표로 인식되면 이익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면서 “증권사 입장에선 부정적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새 회계기준에 따른 ‘신용충담금’ 설정도 증권사에는 또 다른 부담 요소다. 이는 확정된 손실 외에 향후 예상되는 손실까지 고려하도록 하는 것으로, 채무증권의 경우 거래 대상의 신용등급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미리 설정해야 한다. 이에 따라 손실 인식시점이 빨라지고, 그 규모도 증가할 수 있다. 채무증권을 매입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채무 보증까지 해주는 증권사 입장에서 이 같은 상황은 달갑지 않은 게 사실이다. 거래한 채무증권을 통해 이익이 발생하면 좋지만, 부실채권으로 전락할 경우 추정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회계기준원 관계자는 “그동안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해 반영하지 않다 보니, 실제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그 충격이 매우 컸다”면서 “예방주사처럼 예상 손실을 사전에 인식하고 신용등급 악화 등을 막아 보자는 취지로 충당금 설정 개념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당장 1분기부터 미래 추정 손실분을 반영해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잡아야 하는데, 대형 증권사 위주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