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 날로 악화하고 있다. 원화 가치와 유가, 금리가 한꺼번에 오르는 3고(高) 시대가 도래했다. 여기에 재벌 개혁의 기치를 든 정부의 각종 규제책과 검찰 수사 등에 따른 오너 리스크까지 2가지 악재가 겹치며 기업들은 휘청이고 있다. 이처럼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은 하반기 경영계획 수립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일부 기업은 ‘비상경영’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우선 재계 및 산업계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건 환율 급변동과 유가 상승이다. 우리나라는 수출기업이 많은 만큼 환율하락(원화가치 상승)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 하락하면 총 수출은 0.51% 타격을 받는다.
날마다 고공 행진하고 있는 유가도 기업들에 부담이다. 특히 NCC(나프타분해설비)를 기반으로 그간 초호황 국면을 누려왔던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타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석화기업들은 원유를 통해 생산되는 나프타를 원재료로 에틸렌과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의 화학제품을 생산한다.
백다미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석유제품의 제조원가는 7.5% 상승압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기업들의 생산 프로세스 혁신은 물론, 국제 유가의 변동성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시키기 위해 국가 경제 차원의 리스크 헤징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준금리 인상도 골칫거리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하면서,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 금리가 오르면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기존 대출이자 부담도 커진다. 상대적으로 대기업보다 취약한 중소기업의 경우 대출 금리를 0.1%포인트 올리면 폐업위험이 7∼10.6% 상승한다는 한국은행의 분석도 있다. 금리 인상이 가계의 소비를 위축시킬 경우 내수 경기도 침체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어 기업들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오너 리스크도 기업 불확실성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삼성과 롯데 등은 재판을 받고 있다. 대한항공은 오너 일가의 갑질과 조세포탈 등 각종 불법행위로 인해 창사 이래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배구조 측면에서 모범 기업으로 불리는 LG그룹도 9일 8시간에 걸친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LG 총수 일가가 100억 원대의 탈세를 했다는 혐의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LG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LG상사를 지주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양도소득세를 줄이기 위해 장외거래를 장내거래로 위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의 전면적인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이날 10대 그룹 경영진과 회동한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경영계획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환율, 금리, 유가 등의 불확실성이 워낙 크다”며 “각종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 비상경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