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다니엘 핑크 ‘언제 할 것인가’

성공을 만드는 타이밍의 과학

타이밍이 과학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하려 노력한 책이 나왔다. 사실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일은 ‘언제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중요한 ‘언제’를 과학 차원으로 끌어올리려 시도한 책은 별로 없다. 오랫동안 ‘언제’는 운이나 자유 의지의 영역일 뿐이다.

기발한 발상과 콘텐츠 그리고 필력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세계적 미래 학자인 다니엘 핑크는 최근 ‘언제 할 것인가’라는 책을 내놓았다. ‘언제 할 것인지’는 타이밍의 과학을 다룬 보기 드문 책이다. 7개 장으로 구성된 책의 곳곳에는 ‘언제’에 대한 이해도를 높임으로써 기대하는 성과를 거두고 더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도록 돕는 사례와 진리가 들어 있다.

우리의 인식 능력은 하루라는 시간 단위 속에서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는다. 이는 대다수 사람들이 경험적으로 인식하는 사실이다. 자신의 지력이 언제 더 기민해지는가를 알고, 그 시간에 어떤 과제를 하는가는 직업인으로서 성공하는 데 매우 중요한 점이다. 수술실에 들어가는 의사들이 늘 최고로 기민한 상태는 아니다. 이 때문에 어떤 병원은 ‘사전 타임아웃’ 카드를 활용해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진이 스스로 집중력을 점검하고 있다.

저자는 이를 ‘기민성 브레이크’라고 부른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실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시사항을 검토하는 짧은 휴지기를 말한다. 듀크 메디컬센터는 자신들이 행한 9만 건의 수술을 분석한 다음 ‘마취 유해 사례’라고 이름 붙인 사고를 조사하였다. 놀랍게도 오후 3~4시에 사고가 훨씬 더 자주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연구 보고서는 “24시간 주기 생체리듬이 낮아지는 오후에는 의사의 각성도가 떨어져 마취 단계에서 필요한 복잡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 이상이 생긴다”고 결론을 내렸다. 또한 대장내시경 검사 1000건을 분석한 보고서에서도 “검사시간이 늦을수록 폴립을 찾아낼 가능성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검사시간이 1시간 늦어질수록 폴립을 발견할 확률이 5%로 낮아졌다. 내시경 검사를 언제 받아야 하는지, 그리고 수술을 언제 받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사례다.

어떤 일을 오랫동안 하다 보면 타성에 빠진다. 그렇다면 타성화 과정을 방지하면서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생산성 추적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데스크타임은 자사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사람들 가운데 생산성이 높은 고객들을 조사한 결과를 내놓았다. “상위 10퍼센트에 속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효과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평균 52분 일하고 17분을 쉬었다고 말한다.” 언제 쉬어야 할지에 대한 답이다.

유능한 사람들은 시간경계표와 새 출발 효과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새 학기, 새해, 새 달, 새 주의 시작 등은 ‘새로운 정신적 계좌’를 여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언제 계획을 세우고, 언제 각오를 다질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성공한 사람들은 평범했을 뻔했던 날에 개인적인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사람들은 새로운 시작을 여는 힘을 얻는다”는 조언에 공감할 것이다.

새로운 시작 효과는 개인은 물론이고 조직에도 활용할 수 있다. 슬럼프에 빠졌을 때 안절부절못하고 기다리는 것 또한 위기 극복과 관련된 일종의 ‘언제’이다. 슬럼프를 빠져나오는 과정은 그것에 빠지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럽다. 마치 감기와 같다. 고객을 대하는 사람이라면 항상 마지막 행동이 기억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떤 식당에서는 계산할 때 손님에게 초콜릿을 권하기도 한다.

다니엘 핑크의 책은 참으로 기발하다. 지적 자극의 제공이라는 점에서 훌륭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