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자금조달 활성화를 목표로 만들어진 코스닥벤처펀드가 출범 두 달만에 대형 암초를 만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이슈로 기업공개(IPO) 시장 전반이 얼어붙으면서 펀드에 담을 공모주 물량이 턱없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월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된 기업은 19곳에 불과했다. 작년 같은 기간(22곳)보다 3곳 줄어든 수치다. 주목할 부분은 4월과 5월이다. 4월과 5월은 특별목적기업(스팩)을 제외하면 실제 상장기업은 각각 1곳, 2곳에 불과했다. 2월 한 달 동안 8곳이 상장되었던 것과 확연히 대조된다.
거래소가 최근 상장예비기업들의 재무제표의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IPO 절차가 전반적으로 늦춰지고 있다. 연초 이후 신규 상장을 신청한 코스닥 상장예비기업 32곳 중 스팩을 제외하고, 심사승인이 떨어진 기업은 8곳 뿐이다.
앞서 시장에선 바이오업종 회계감리 이슈가 본격화된 3월 중순 이후로 심사승인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회계법인들의 외부감사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건을 계기로 금융감독원이 직접적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신청 기업 전부를 특별감리키로 결정하면서 우려가 더 커졌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최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신청한 상장예비기업들을 대상으로 전면 감리를 시행키로 하면서 한 달 동안 IPO 일체를 중단시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3월 중순 이후 유가증권시장 상장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롯데정보통신, 에코프로비엠, 티웨이항공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업계에서는 코스닥 벤처펀드 시장의 걸림돌인 공모주 물량 부족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미 벤처펀드의 코스닥 신주 투자 35% 의무 편입 사항으로 인한 기관 경쟁이 과열된 상태서 펀드매니저들의 부담을 높인다는 얘기다. IBK자산운용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이 이같은 이유로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 시기를 조율 중이다.
수익률이 부진하면서 펀드 자금 유입 흐름도 꺾였다. 이날 제로인에 따르면 코스닥 벤처펀드 공모형 설정규모는 7677억 원으로 집계됐다. 4월 5일 출범 이후 약 3주 만에 5000억 원이 순유입됐던 것과 비교할 때 추진력이 떨어진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코스닥벤처펀드 제도가 출범한 이후 경쟁이 심해지면서 코스닥 공모기업 수요예측 경쟁률이 눈에 띄게 올랐다”면서 “상장예비기업 중 상당수가 바이오 기업인데, 삼성바이오로직스 논란이 어떻게 결론나느냐에 따라 더 큰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