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감사시간제도 도입을 앞두고 대형 회계법인들이 회계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자에 대한 대형 회계법인들의 영입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한영회계법인은 올해 신입 공인회계사 350명, 경력 공인회계사 400명을 새로 충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신입 공인회계사 100명은 채용 확정했다. 아직 2018년도 공인회계사 합격자 발표가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 수습 회계사 채용 규모(251명)의 약 40%를 확보한 상황이다.
삼정회계법인 역시 올해 인원 수 제한 없이 신입 회계사를 충원할 계획이다.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조기 입사 전형을 진행하고 다음 달부터는 2차 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정기채용을 한다. 지난해에도 이 방식으로 343명의 신입 회계사를 채용했다. 삼일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 역시 200~300명 이상의 회계사 채용 목표를 세우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공인회계사 자격제도 심의회를 통해 2018년 신규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 수를 최소 850명으로 정했다. 지난해 최소 선발 인원은 860명이었으나 실제로는 915명을 선발했다. 올해 이 이상의 선발자가 나와도 모두 4대 회계법인으로 흡수될 수 있는 상황이다.
대형 회계법인들이 회계사 채용을 매년 늘리고 있는 것은 외부감사법 개정과 표준 감사시간제 도입으로 회계사 수 자체가 회계법인 매출에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감사인 지정 대상인 2700여 개 기업의 시장 규모는 연간 4000억 원 수준으로 회계사 1인당 약 5000만 원의 감사 부문 매출이 예상된다.
표준 감사시간 도입으로 투입 시간 자체가 최소 두 배 이상 늘어나는 상황 역시 인력 수요가 급증한 요인이다. 회계사 수가 많은 곳이 상장사 감사 배분을 더 많이 받아 매출도 늘릴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로컬·중소 회계업계에서는 신입 회계사는 물론 경력 회계사까지 대형 회계법인에서 흡수해 시장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중소 회계법인 대표는 “회계법인 대형화를 유도하는 제도 개편으로 인해 로컬법인들은 일감은 물론 인력난도 심화하고 있다”며 “회계법인의 대형화와 규모의 경제 유도만이 옳은 방향인지 다시 살펴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