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서울 일부 지역들이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상승장을 주도하던 지역들은 기세가 꺾여 하락세에 접어든 가운데 실수요로 동력을 얻은 저평가 지역들의 상승세가 계속될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투자 수요를 억누르기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중과한 4월 이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등 고가 아파트가 몰린 지역은 시세가 내려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4월 2일부터 이달 11일까지 강남구는 0.65%, 서초구는 0.29%, 송파구는 0.74% 하락했다. 강남 3구 외에도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중 가장 눈에 띄게 올랐던 성동구는 0.28% 내려갔다. 또 높은 아파트값을 구가하던 양천구 또한 변동률 0%로 잠잠한 상태다.
반면 금리 인상과 보유세 개편까지 예고된 가운데 서울의 시세가 저평가된 지역들은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동북권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에 직격탄을 맞은 노원구를 제외하면 4월부터 현재까지 동대문구(1.27%), 성북구(1.36%), 강북구(0.99%), 중랑구(0.89%) 등이 서울 평균(0.39%)을 크게 웃도는 상승률을 보인다.
또 인접한 지역보다 비교적 시세가 저렴한 편인 구로구(1.08%), 서대문구(1.66%), 은평구(0.89%)도 전반적인 시장 안정세 속에서 눈에 띄는 상승 곡선을 보였다.
이들 지역은 인근 대비 저렴한 시세와 대규모 업무 단지로의 무난한 접근성으로 실수요 비중이 높다. 때문에 정부가 투자 수요를 억누르기 위한 연쇄 규제를 도입하는 가운데서도 안정적인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대출 규제와 오르는 금리 탓에 저렴한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는 셈이다.
다만 이런 상승세는 ‘갭 메우기’ 영향도 있어 장기간 지속될 흐름인지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실수요가 투자 수요의 뒤를 쫓는 것이 일반적인 시장 흐름이다”며 “금리 인상과 보유세 개편 등 시장 전체에 찬물을 끼얹는 변동 요인이 발생하는 가운데 서울 저평가 지역의 현재 같은 상승세는 오래 가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로 도시재생 정책이 서울 저평가 지역의 상승세를 주도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당선하면서 도시재생 정책이 힘을 한껏 받게 됐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방향이 저평가 지역의 환경을 개선하는 쪽이기 때문에 이 지역들의 상승세는 대통령과 시장 임기에 연동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