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예비심사 철회 기업, 지난해 30곳→올해 33곳 상장
일정 연기 기업, 이달에만 5곳 등장
국내 증시 상장 매력 떨어지자…
대어급은 “미국으로” 증시 통한 자금 조달 어려워질 듯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 187곳 중 심사를 철회한 기업은 33곳으로 집계됐다. 심사 철회 기업이 30곳이었던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증시가 살아나지 않은 데다가, 새내기주 주가가 상장 후 하락세를 피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IPO 시장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IPO 시장 분위기는 지난해보다 올해 더 크게 악화했다. 심사 철회 수준은 비슷해도 상장을 준비하던 기업들이 IPO 시장 위축을 피하려는 움직임은 급증해서다. 3일 비상계엄 사태까지 겹치면서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자, 급히 IPO 일정을 미루는 기업도 연이어 등장했다.
실제 이달 들어 △아스테라시스(11월→ 1월) △데이원컴퍼니·삼양엔씨켐(12월→1월) △모티브링크·아이에스티이(12월→2월) 등이 상장 일정을 새해로 미뤘다. 이미 올해 하반기 케이뱅크와 미트박스글로벌, 씨케이솔루션, 오름테라퓨틱 등이 상장 일정을 미뤘는데, 이달에만 5곳이 추가로 발생한 셈이다.
증권가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제외한 올해 상장사(70곳) 중 77.29%(52곳)가 공모가를 밑돌만큼 혹한기가 이어지자 ‘상장해도 문제’라는 우려가 업계에 퍼진 것으로 보고 있다. 상장 예비심사 효력이 유지되는 기간(6개월) 안에만 상장하면 문제될 게 없으므로, 우선은 IPO 일정을 멈추고 탄핵 정국과 시장을 관망하겠단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받아도 당장 계엄령 사태의 후폭풍이 있을 것으로 보는 시선이 다수”라며 “시장이 불확실할수록 일반투자자 청약 수요도 적을 것으로 보고 있어 ‘지금 증시에 입성해 봐야 좋을 게 없다’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탄핵정국이 길어지면 내년 IPO시장도 침체할 가능성이 있다. 탄핵 정국 속에 ‘국내 증시 부진→기업 이탈→IPO 시장 위축→기업 자금조달 난항’이라는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 질 수 있어서다. 비바리퍼블리카(토스)와 무신사, 야놀자 등 기업가치가 1조 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들은 미국시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글로벌 사모펀드(PEF)와 투자은행(IB)들의 활동도 둔화 조짐이다. CJ제일제당 바이오 사업부, SK아이이티, LG화학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2공장 지분 매각, 효성화학 특수가스부문 매각 등이 영향권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PEF) 출자자(LP)는 2025년도 사업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위탁운용사(GP)는 자금 조달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