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殺은 ‘죽일 살’로, 刹은 ‘절 찰’로 훈독하지만 본래 殺과 刹은 다 ‘죽이다’라는 뜻이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자 자체만으로도 ‘죽이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옛날에는 죄인을 죽일 때 대부분 나무토막(모탕:砧) 위에 죄인을 얹혀 놓고 도끼로 목이나 허리를 쳐서 잘라 죽이거나 나무를 쌓은 장작더미 위에 태워 죽이는 화형에 처했기 때문에 나무(木) 위에 벨 사람(乂:벨 예)을 얹어놓은 모양을 한 ‘’이 곧 ‘죽일 살’자였다.
그러다가 후에 ‘수(몽둥이 수)’를 더하여 몽둥이나 몽둥이 모양의 창으로 죽인다는 의미에서 ‘殺’이 생겨났고, 옆에 칼[刀=:칼 도]을 덧붙여 칼로 죽인다는 뜻에서 ‘刹’자를 만들었다.
중국에 불교가 들어오면서 범어(梵語: 산스크리트어)로 된 불경을 중국어로 번역할 필요가 생겼는데, 이때 불경에 나오는 범어 ‘kasna’를 ‘刹那(찰나)’로 번역하면서 ‘刹’이 불교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범어 ‘kasna’는 아주 짧은 시간, 즉 ‘순간’이란 뜻이다.
그런데 세상에 죽음의 순간, 즉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는 순간처럼 짧은 시간은 없다고 생각한 당시 사람들이 순간이라는 의미의 ‘kasna’를 죽음이라는 의미의 ‘刹’로 번역하였다. 그러고선 말하기 편리하도록 刹을 이음절화하는 접미사 ‘어찌 나(那)’를 덧붙임으로써 ‘찰나(刹那)’라는 말이 탄생하였다.
나중에 우리나라에서는 刹의 발음 ‘찰’이 ‘절’로 변하면서 ‘寺(절 사)’의 순우리말인 것처럼 보이는 ‘절’이 되었고, 그것을 다시 한자 ‘寺’와 결합하여 ‘사찰(寺刹)’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말은 이처럼 신기할 정도의 우연을 계기로 탄생하여 그것을 사용하는 언중에 의해서 사회에 정착하게 되는 것이다.
‘죽일 살(殺)’과 ‘절 찰(刹:사찰)’이 한몸에서 나온 같은 뜻의 글자였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뜻으로 쓰이고 있다니 성불(成佛)도 바로 이와 같은 변화를 이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