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처음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아보카’(필명) 도모 변호사를 구속하고 정치권으로 수사를 이어가려던 특검의 계획이 난항을 겪게 됐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부장판사는 19일 도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결과 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긴급체포의 적법 여부(긴급성)에 의문이 있고, 증거위조 교사 혐의에 관해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음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도 씨는 ‘드루킹’(필명) 김동원 씨가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핵심 인물이다. 도 씨는 2016년 20대 총선 당시 드루킹 측이 노회찬 의원 측에 5000만 원을 전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만남을 주선하고 경공모 회원을 상대로 모금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수사 과정에서 관련 증거를 위조 제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특검은 노 의원 측에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으나 도 씨가 증거를 조작해 이 같은 사실을 숨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특검은 드루킹 측이 노 의원 측에 2차례에 걸쳐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도 씨를 긴급체포한 특검은 자금 전달 관련 진술과 물적 증거를 확보해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박상융 특검보는 전날 브리핑에서 “확보한 물증과 관련 진술로 보면 충분히 구속영장 발부될 것이다 판단해서 청구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원은 일부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체포 과정과 증거위조 혐의에 대한 부분을 지적하며 구속이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 이로써 출범 이후 첫 구속영장 청구로 도 씨의 신병을 확보하고, 드루킹과 노 의원 등 정치권으로 수사를 확대하려던 특검의 행보는 다소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 원내대표단의 미국 방문에 동행한 노 의원이 귀국한 뒤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던 소환조사는 보강조사 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특히 특검은 ‘기부를 받은 측’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면서도 노 의원 등 주요 대상자의 소환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펼쳐왔다.
한편, 특검은 19일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인 한모 씨를 소환조사했다. 앞서 특검은 한 씨의 경기도 자택 등에 수사 인력을 보내 집과 차량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한 씨는 지난해 9월 경기도 한 식당에서 ‘드루킹’(필명) 김동원 씨가 이끈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소속 ‘성원’(필명) 김모 씨, ‘파로스’(필명) 김모 씨 등으로부터 500만 원 상당의 돈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