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결사항전(決死抗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60억 달러(약 18조 원)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23일 발동하기로 하자 중국 정부도 같은 규모의 관세를 같은 날 발동한다며 보복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는 8일 밤(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미국이 160억 달러 상당의 중국 제품을 대상으로 25%의 추가 관세를 23일에 발동하기로 결정한 데 대한 보복 조치를 발표했다. 미국과 같은 날에 같은 규모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대상 품목은 6월에 발표한 내용에서 크게 달라졌다. 원유를 분리하는 한편, 자동차의 대상 품목을 대폭 늘렸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중국은 자국의 정당한 권익과 다자간 무역 체제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반격을 취하지 않을 수 없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보복 조치는 160억 달러 상당의 미국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것으로 베이징 시간으로 23일 오후 12시 01분(한국 시간 23일 오후 1시 1분)에 발동한다.
160억 달러 어치의 목록은 6월에 공표된 바 있지만 대상은 교체됐다. 품목 수도 114개에서 333개로 증가했다. 원유에 높은 관세를 매기면 국제 가격이 상승했을 때 순수입국인 중국에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7월 6일부터 추가 관세를 부과한 자동차 대상 차종을 대폭 넓히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미국은 이미 7월에 340억 달러 규모(818개 품목)의 중국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발동한 상태다. 7일에 결정한 추가 관세는 대 중국 제재 2단계로 볼 수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2단계 추가 관세 대상은 반도체 및 철도 차량, 화학 제품 등 279개 품목. 1단계 때처럼 중국 정부가 자국의 산업정책 ‘중국 제조 2025’에서 중점 분야로 내건 하이테크 제품을 정조준했다.
미국은 또 2000억 달러 규모(6031개 품목)의 3단계 제재를 준비 중이며, 9월 5일까지 미국 내 절차를 마무리 할 예정이다. 대중 압력을 단계적으로 강화함으로써 중국에 대해 거액의 대미 흑자와 불공정한 산업 정책 변경을 강요할 방침이다.
그러나 중국도 죽기살기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제재 3단계로 600억 달러 규모(5207개 품목)의 보복 방침을 내세우고 있으며, 미국에 맞추어 보복 규모를 더 늘리는 방향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은 “미중 경쟁은 어느 쪽이 더 용감하게 발포하느냐가 아니라 어느 쪽이 더 오래 버티느냐가 중요하다”며 장기전도 불사할 태세를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