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와 중소건설업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기도가 100억 원 미만 공공건설공사의 예정가격 산정 시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도록 추진하자 중소건설업계는 강력한 반발로 대응했다. 대형공사에 쓰이는 표준시장단가가 중소규모 공사에 적용되면 지역 중소건설사들이 고사(枯死)할 판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7일 중소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이하 건단연)는 경기도가 중소규모 공사(100억 원 미만)에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려 하자 이에 대한 반대의견을 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에 이어 국회 3당 정책위와 행정안전위·국토교통위·기획재정위 등 관련 상임위에 23일 제출했다. 또 6만여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탄원서를 받고 있으며, 경기도가 이대로 추진할 경우 대규모 항의집회까지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17일 경기도는 행안부에 100억 원 미만 공공건설공사에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 개정’을 건의했다.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면 그만큼 공공공사의 예산이 절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재명 경기도시자는 지난 12일 “셈법만 바꾸면 1000원 주고 사던 물건을 900원에 살 수 있는데 안 할 이유가 없다”면서 “100억 미만 공공건설공사에도 표준시장단가가 적용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제도 개선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현행 행안부 예규는 100억 원 미만 공공건설공사에 ‘표준품셈’을 적용하게 한다. 표준품셈은 품셈에서 제시한 수량(재료, 노무, 경비)에 단가를 곱하는 원가계산방식이고, 표준시장단가는 과거 공사 단가를 토대로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해 산출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정해진 단가를 기준으로 산출하는 표준품셈보다는 시장 상황을 반영한 표준시장가격이 표준품셈보다 대체로 낮게 산정된다. 실제 표줌셈법 대신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면 공사비가 13∼20% 추가로 삭감되기 때문에, 중소기업 보호 차원에서 100 억원 미만 공사에는 표준셈법만 썼다는 것이 건단연의 설명이다.
경기도는 중소 건설사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자체로 공사비 삭감의 영향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경기도에만 2만8259개 건설 사업체가 있다. 이 중 47개 업체를 제외하곤 종사자 수가 300명 미만인 중소건설사로 22만 명 근로자가 영향권 아래에 있다.
건단연 관계자는 “정부의 공사비 삭감 위주 정책에 의해, 지역 중소업체는 10년간 지속해서 영업이익률이 감소하고 있다”며 “특히 공공공사를 위주로 하는 토목업체는 10년간 약 30%나 폐업했고, 3분의 1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도 공사비 부족에 따른 지역 중소업체의 연쇄 부도로 지역경제 파탄과 실업자 양산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더해진다. 특히 100억 원 미만 공사는 중소기업이 시공하는 규모이기 때문에 영세한 중소건설업체, 서민층의 피해가 가장 크다는 설명이다.
한편 경기도가 내달 1일부터 공공건설 공사비의 원가를 공개하기로 한 데에서 건설업계는 “과도한 영업비밀 노출”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