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는 최근 메리츠자산운용에 일임 형태로 맡긴 1조 원의 위탁운용자금 전액을 중도 회수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2016년 말 메리츠자산운용에 3000억 원을 최초로 투자한 후 꾸준히 투자 규모를 확대해 왔다.
이번 환매 결정은 저조한 운용 실적과 함께 책임운용역인 권오진 전 메리츠자산운용 전무의 사임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존 리 사단 출범 당시부터 함께해 온 초기 멤버인 권 전 전무는 7월 중순 중도 퇴사했다. 메리츠자산의 대표 펀드인 ‘메리츠코리아’, ‘메리츠코리아스몰캡’펀드의 운용을 함께 맡고 있었던 만큼 당초 계약에 따라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투자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투자 평가지침으로 키맨(key man) 문구를 포함하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핵심 인물이 퇴사하는 등 프라이빗에쿼티(PE) 조직 내 큰 변화가 있을 경우 운용능력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운용역 교체 및 중도 계약해지 권한 등을 명시하고 있다.
장기간 펀드 성과 부진에 골머리를 앓아 온 메리츠자산 입장에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펀드평가업체 한국펀드평가가 6일 A클래스 기준 메리츠코리아 펀드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최근 3년 수익률이 -12.09%로 코스피 수익률(21.51%)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 다만 올 들어서는 성과가 나아지면서 연초 이후 수익률은 -3.44%로 시장 수익률(-7.12%) 대비 아웃퍼폼하고 있다. 메리츠코리아스몰캡 펀드도 3년 수익률이 -8.45%로 부진한 편이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가치투자’ 확산과 함께 펀드 자금 유입에 상당히 기여했다는 점이다. 실제 2016년 당시 세계적 기관투자자인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메리츠운용을 통해 한국 증시에 투자했다는 사실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추종 자금이 대거 몰렸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연간 운용 규모 860조 원의 세계 1위 연기금이다. 펀드 자산 비중의 95%가량이 주식이라는 점에서 대량 자금 이탈로 인한 단기 유동성 제약 문제도 제기된다. 국내 증시가 최근 부진한 가운데 주식을 매도할 경우 손해를 볼 가능성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메리츠자산 측은 펀드를 팀제로 운용해 온 만큼 권 전무의 이탈에도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며 시장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키맨 협약에 따라 권오진 전 전무의 사퇴 직후 노르웨이 국부펀드 측에서 환매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또 “CEO가 CIO를 겸직해 (국부펀드에서) 환매를 요구했다는 소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2016년 처음 투자를 받았는데 그 이전인 2014년 CEO 취임 때부터 CIO를 겸해왔다”고 반박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기관투자자들에게 운용역 변경은 민감한 사안으로 환매를 요구할 수 있는 조건 중 하나”라며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인덱스 펀드 위주의 안정적 투자를 하는 것으로 아는데 (액티브 투자인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기대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