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으로 대표되는 암호자산(가상통화, 암호화폐) 가격이 유독 한국시장에서만 더 비싸게 거래되는 소위 김치프리미엄이 또다시 재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실제 지난 1월 원화표시 비트코인 가격은 글로벌 가격보다 40% 이상 높았었다. 이같은 현상은 이더리움과 리플 등 여타 암호자산에서도 유사했었다.
한은은 이같은 김치프리미엄 발생 이유로 우선 투기수요 급증을 꼽았다. 지난해 12월 글로벌 가격 급등 등으로 일반인의 암호자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같은 관심은 투기수요 급증으로 이어졌다는 것.
실제 작년 12월1일을 100으로 본 암호자산 교환소(거래소) 원화입금액은 작년말과 올 초 700을 육박하기도 했다. 이 수치는 올 1월31일 거래실명제 실시를 전후해 급감하기 시작해 현재 0에 가깝게 떨어져 있는 상태다.
공급측면에서는 해외에서 유입될 소위 재정거래 유인이 사실상 차단된 상태다. 우선 큰 손이라 할 수 있는 금융기관 등 전문적인 시장 참가자가 없다. 이는 금융기관의 암호자산 시장 참여가 금지돼 있는데다 설령 규제가 없더라도 법률리스크 등을 우려해 참여를 꺼리고 있어서다.
수수료(fee) 등 거래비용과 가격변동 리스크가 크고, 개인이 암호자산 재정거래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도 원인이 됐다. 특히 최근 자금세탁방지 등을 위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해외 교환소 가입에 제약이 있다. 일부 교환소에서는 원활한 서비스제공을 위해 신규가입을 제약하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증빙서류 없이 건당 미화 3000달러로 한정한 외화 송금한도와 외국인 비거주자의 국내 암호자산 교환소 거래 제한 등 영향을 미쳤다.
김동섭 한은 과장은 “블록체인 처리용량과 금융기관 거래 제한 등 재정거래의 원활한 작동을 제약하는 기술적·제도적 요인은 단기에 해소되기 어렵다. 특히 해외로부터 암호자산 공급을 제약하는 거래실명제와 송금한도 등은 자금세탁이나 탈세 방지 등 본래 도입목적을 고려할 때 암호자산 가격차 축소만을 목적으로 완화되기 어렵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향후 국내에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경우 김치프리미엄 현상은 재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암호자산 투기 과열에 편승해 가격조작 등 불공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장질서를 엄격히 확립하고 막연한 가격상승 기대를 바탕으로 비이성적 투자행태가 확산하지 않도록 암호자산의 장단점과 한계, 관련 투자행위의 위험성 등에 대한 교육과 홍보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