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직접투자 규모가 확대됐지만, 국내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오히려 줄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9일 국회예산정책처의 ‘우리나라의 해외직접투자 추이와 행태 변화 분석’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연평균 해외직접투자는 2001∼2009년 121억1000만 달러에서 2013∼2017년 344억7000만 달러로 늘었다. 특히 2016년엔 391억 달러, 작년엔 437억 달러를 기록했다.
해외직접투자는 경영 참가를 목적으로 국제적으로 이뤄지는 자본 이동이다. 해외 자회사 설립, 해외 설립된 회사 인수, 해외 기업에 대한 지분 참여 등이 주요 형태다.
세계 13위에 위치한 한국의 해외직접투자는 전체 2.2%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해외직접투자 잔액 비중은 지난해 23.7%로 사상 최고를 찍기도 했다.
최근 주목할 점은 해외직접투자 형태의 변화다. 법인형태별로 보면 신규법인을 현지에 설립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그린 필드형 투자 비중은 2013년 76.1%에서 지난해 52.4%로 줄었지만 기존 법인의 지분을 인수하는 인수·합병(M&A)형 투자는 23.4%에서 47.0%로 상승했다.
이는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며 기업들이 신기술, 선진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M&A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일본 메모리업체 인수, 삼성전자의 미국 자동차용 전장제조 그룹 인수, 네이버의 일본 로봇제조사 인수 등이 대표적인 M&A형 해외투자였다.
국회예산정책처는 M&A형 투자, 시장 개척을 위한 투자가 증가함에 따라 해외직접투자가 국내에 유발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제조업, 저임금 활용 위주 투자의 경우 국내 생산, 수출과도 보완적인 관계였다. 현지 생산을 위해 필요한 중간재 등을 국내에서 조달하며 국내 생산, 수출도 늘었기 때문이다.
반면 M&A형이나 시장 개척 투자는 국내 생산·수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對) 현지법인 수출액을 해외투자 잔액으로 나눠 계산한 직접적 수출유발 효과는 2013년 162.9%에서 지난해 117.4%로 축소했다.
황종률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앞으로도 신흥 개발도상국 시장 확대, 기업의 생존을 위한 신기술 확보 필요성으로 현지 시장 확보를 목적으로 한 해외직접투자가 지속해서 확대될 것”이라며 “해외 금융시장 불안으로 해외 보유 자산 가격이 급락할 경우 관련 국내 투자기관의 재무건전성,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위험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