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달 중 대출금리 산정 체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대출금리 모범규준 개선안’을 발표한다. 이와 더불어 고객이 자신의 금리가 어떻게 산정됐는지 궁금할 경우 은행에 ‘대출금리 산출내역서’를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최종구 위원장도 4일 금융재단 출범식에서 “금융회사의 불공정한 영업행위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자의적인 금리 인상으로 서민 부담을 늘리지 않도록 가산금리 산정체계를 조속히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금리와 관련해 여러 잡음이 발생하면서 금리 산정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한 것에 따른 후속 조처로 풀이된다. 지난해 코픽스 금리 산정 오류가 발생한 데 이어 일부 은행이 가산금리를 중복으로 산정해 인상했다가 다시 수정하는 사례도 있었다.
또 6월 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을 상대로 한 점검에서 부당한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매긴 사실이 드러나면서 “금리를 믿지 못하겠다”는 불만이 고조된 상황이다. 아울러 최근 시중은행의 혼합·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5% 선에 근접하면서 대출자들은 이자 상환에 부담을 느끼고 이에 ‘산정 기준’도 믿을 수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성은(28) 씨는 “기준금리는 그대로인데 대출금리는 왜 오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대출금리 산출내역서를 공개해 금리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고객이 대출금리 산출내역서를 요청하면 기본금리를 비롯해 가산금리, 우대금리가 구체적으로 담긴다는 것이다. 현재 은행은 기본금리와 가산금리의 합계만 고지하고 있다. 그간 영업 기밀을 이유로 고객에게 대출금리 산정 과정에 대해 공개하지 않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조치를 통해 “상당히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산출내역서에 ‘가산금리’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담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국이 가산금리는 은행의 업무 영역으로 상세한 내역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가산금리는 은행 인건비 등 업무 원가, 세금, 고객 신용도를 고려한 위험 비용, 목표이익률 등을 합쳐 산출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산금리는 덩어리, 총합계로만 공개된다”고 말했다. 결국 적어도 가산금리는 어떤 기준으로 산정됐는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물론 당국은 ‘모범규준 개선안’을 통해 가산금리의 적정성을 확보한다고 하지만 모범규준은 은행의 자율 수칙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 가산금리는 여전히 ‘깜깜이’인 셈이다. 실제 금융당국은 2012년 은행권 공동 대출금리 모범규준을 만든 바 있다. 가산금리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감사원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최근 금감원 조사에서 나타났듯 은행의 부당한 대출금리 산정 사례는 지속해서 발생했다.
따라서 우대금리를 제외하고는 이번 방지책은 사실상 이전과 다른 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기준금리는 은행이 굳이 공개하지 않아도 코픽스 금리를 통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대금리 조건을 고객이 확인한다고 해도 가산금리의 상세 내역을 알 수 없는 대출자 입장에서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