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내년도 금융기관 가계대출 증가율은 6.5% 내외로 관리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금융기관 가계대출 증가율을 7% 내외로 전망했고, 이를 매년 약 0.5%포인트씩 낮추기로 했다. 이런 속도로 이번 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21년에 가계대출 증가율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수준인 5% 초중반에 맞출 생각이다.
이처럼 금융당국의 국내 가계부채 문제를 해석하는 시각이 1년 사이 확 달라졌다. 현재 기준과 견주여 각종 대출규제를 옥죄면서 가계 빚 증가를 억누르겠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은 7.6%로 2016년(11.6%)보다 4%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9월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늘었다. 당국은 부채의 증가 속도가 여전히 빠르다고 보고, 이를 ‘국부(國富)’의 성장 속도와 발을 맞추려는 의도로 보인다.
앞으로 정부가 본격적으로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들어서면 대출은 더 어려워진다. 가계대출 증가율을 매년 줄여야 하는 은행으로서 대출심사를 까다롭게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수협과 농협 등 일부 은행은 가계대출 증가율이 이미 올해 목표치에 육박해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다른 은행들도 이를 고려해 대출에 몸을 사리는 조짐이 관측되고 있다.
이달 말부터 도입되는 DSR도 대출을 어렵게 하는 문턱이다. DSR는 대출자가 매년 갚아야 하는 원리금을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기존의 총부채상환비율(DTI)보다 한층 더 강력한 심사기준이다. 최근 금융위는 고(高)DSR 기준을 70%로 분류하고 연도별 평균 DSR 이행 계획을 마련했다. 부채의 질과 양 모두를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시중은행 대출 중 고DSR 대출 비중이 19.6%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이달 말부터는 대출 감축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시장은 보고 있다. 평균 DSR도 현재 52% 수준인데, 이를 2021년까지 4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소득이 적거나 대출이 많은 사람일수록 DSR 규제 이후 대출받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미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DTI가 40%로 강화된 서울 지역에선 돈 없는 서민의 경우 사실상 추가 대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리 인상이 이제는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금융권은 한국은행이 이르면 11월에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간 금리 인상에 부정적인 기조가 보였지만, 최근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커지면서 인상을 요구하는 ‘소수의견’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현재 완연한 오름세를 보이는 시중금리의 상승 폭을 더 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5%에 육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