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일<65ㆍ사진> 가족 강사(경기도 정신건강복지센터 가족대표단 대표)가 자신의 딸이 조현병이란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것은 12년 전이었다. 관련 정보도, 사회적 인식도 부족하던 때였다. 김 강사는 그때를 “빛이 없는 어두운 시절”이라고 회상했다. 왜 내 아이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혼란스럽기만 했다.
조현병 환우 가족 교육 프로그램 ‘패밀리 링크’는 딸을 위해 조현병에 대한 지식을 조금이라도 더 접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김 강사는 “교육을 통해 내 아이가 정신질환이 있는 환자란 사실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가족들의 노력 속에 김 강사의 딸은 현재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김 강사는 이제 가족 강사로 나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다른 조현병 환우 가족들과 나누고 있다. 그는 조현병 환우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가족의 역할이 90%를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안타깝게도 여전히 많은 가정이 환우를 ‘정상인’과 구분 지으며 생활하고 있다. 가정에서 환우를 격리하기 시작하면 결국 환우는 사회에서 격리된다. 이는 환우의 상태를 악화시키고 극단적인 선택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
조현병 환우 가족들이 가장 먼저 체득해야 하는 것은 환우를 존중하는 말투와 행동이다. 예컨대 “엄마(아빠)는 혼자 외출하지 않고 ○○랑 같이 가면 좋겠어”, “우리 ○○와 함께 있으면 행복해” 등 조현병 자녀를 향한 관심과 사랑을 지속해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강사는 “조현병은 일반적으로 완치가 어렵다고 여겨지지만, 가족들의 헌신이 뒷받침된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그간 패밀리 링크를 통해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전문가들과 연계해서 집중적으로 치료하면서 좋은 결과를 얻은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조현병 환자는 지난해 기준 약 11만 명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조현병이란 진단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만 집계한 숫자다. 조현병 유병률 인구가 전 세계적으로 1%란 점을 고려하면 국내에는 약 50만 명의 환자가 존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는 “조현병 환우와 가족들이 집 안에서만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해당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찾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패밀리 링크와 같은 교육 제도에 적극 참여하고, 이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환우 가족뿐만 아니라 환우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조현병 환우들이 조금씩 양지로 나오고 있지만 아직 사회의 시선은 차갑고 정부의 지원도 미비한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정신건강복지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조현병은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김 강사는 “현재 패밀리 링크는 얀센의 후원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만일 후원이 끊기면 조현병 교육 프로그램의 명맥도 끊기는 것”이라며 “조현병 관련 교육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