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AFP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미국 상무부가 자국 반도체 업체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혐의를 받는 푸젠진화반도체에 대해 전일 수출 제한 조치를 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푸젠진화반도체를 소프트웨어와 기술, 부품 등의 수출을 제한하는 리스트(Entity List)에 올렸다고 밝혔다. 미국 기업들이 푸젠진화반도체 측에 수출하려면 미국 정부의 특별 승인을 얻어야 한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푸젠진화반도체는 우리 군사용 시스템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의 공급체인을 위협할 수 있다”며 “외국 기업이 미국의 국가 안보와 이익에 반하는 활동을 한다면 강력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최대 메모리칩 제조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푸젠진화반도체가 자사의 기술을 훔쳤다고 캘리포니아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푸젠진화반도체 역시 푸젠 지방법원에서 마이크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마이크론이 중국에서 일부 제품을 팔지 못하도록 하는 일시적인 명령을 받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재가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침탈한 사례에 대한 새로운 사례가 됐다고 분석했다. 미국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반도체 산업에서 경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는 점에서도 유의미하다고 보고 있다.
AFP통신은 “푸젠진화반도체는 D램의 실질적인 생산이 가능한 완성 단계에 접근해 있다”며 “해당 기술은 미국의 기술에 기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을 격화시키는 계기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푸젠진화반도체는 중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2016년 2월 설립한 업체로 내년 양산을 앞두고 있다. 생산설비에만 약 56억 달러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이번 수출제한 조치가 새로운 긴장을 촉발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앞서 미국은 올 4월 중국 통신장비업체 중싱(ZTE·中興)에 대해 대북·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향후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를 할 수 없도록 제재했으나 6월 중싱과의 합의를 통해 이를 해제했다. 당시 중싱은 미국 정부에 벌금 10억 달러를 납부하고 4억 달러를 보증금 성격으로 결제대금계좌(에스크로)에 예치했다. 미국 정부는 중싱의 경영진 교체와 미국 측 인력으로 구성된 준법감시팀 선발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번 조치에 대해 푸젠진화반도체는 아직 공식적인 논평을 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