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자 국민경제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5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9%, 전월대비 0.8% 상승했으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 3월 이후 3%를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석유류의 경우 국제유가 최고치 경신 및 환율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년대비 25.3%, 전월비 7.4%의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3일 개발 도상국들의 석유 수요 등이 계속적인 증가 추세에 있어 2009년까지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상당수 국내 에너지 전문가들도 올해 하반기엔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가 현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보고 있었다.
이문배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시장분석실장, 이지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구자권 한국석유공사 해외조사실 팀장, 정귀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등 4개 기관의 석유분야 연구자들을 전화인터뷰한 결과, 이 같이 예측했다.
◆단기 유가급등의 원인
전문가 4명 중 3명이 수급불안보다는 투기자금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정귀수 연구위원은 "전통적으로 수급불안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가 급등의 원인이었던 반면 최근 유가 급등은 투기자금이 석유선물시장에 몰리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자권 팀장은 단기 투기자금보다는 장기 투기자금의 유입이 각격상승의 원인으로 꼽았다. 구 팀장은 "포트폴리오 구성 차원에서 기관투자자의 자금이 원유시장에 많이 들어와 있는 것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수석연구원도 "최근 가격급등의 주범은 국제 투기자금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그러나 기본적으로 수급불안이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본격화된 달러 약세로 대체 수익원을 찾아나선 국제 유동자금이 원자재 시장에 몰렸고, 달러약세로 원유가의 실질구매력이 떨어진 산유국이 고유가를 용인한 것 등이 주된 원인"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문배 실장은 "투기자금이 들어오는 것은 수급불안이라는 요인이 바탕에 있기 때문"이라며 "(수급불안에 따른) 미래의 불안요인이 잠재화되면서 투기자금이 몰려오고 가격을 상승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반기 가격전망 "120달러 유지"
구자권 팀장은 "기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들어온 투기자금이 쉽싸리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지 않아 하반기에도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120달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는 기관투자자의 특성상 1~2개월 사이에 자금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 특히 올해 3·4분기 허리케인으로 인한 공급 감소와 4·4분기 동절기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투기자금이 빠져나갈만한 이벤트성 요인이 없다는 게 구 팀장의 설명이다.
이문배 실장은 "중국과 중동의 석유 수요가 지속되고 미 경기 불황 등으로 유가의 급등락이 예상된다"며 "전반적으로 하반기엔 강보합세를 유지하면서 120달러를 소폭 하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반해 이지훈 수석연구원은 "하반기 국제유가는 평균 99달러를 유지해 연 평균 100달러 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저점을 찍었다는 평가 등 미 경기가 최악의 국면을 넘어섰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투기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귀수 연구원은 "하반기 국제유가의 경우 자원민족주의 문제 등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어떤 형태로 나타나느냐가 관건"이라며 "단기 투기자금들이 차익실현을 위해 빠져나가면서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고유가 대책…장기적 관점 필요
에너지 전문가들은 고유가 대책으로 장기적 시각을 견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급등하는 고유가에 맞서 단기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방안이 적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대체에너지 확대, 해외 유전개발 참여와 지분확보, 에너지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등 장기적으로 고유가에 대비한 방안이 추진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지훈 수석연구원은 "에너지절약 확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비중 증가 등이 장기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면서 "특히 중요한 것은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더라도 이러한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