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0일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계기업이 도산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리 상승기에 시중은행들이 본격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들어가면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신규취급액 기준 예금은행의 가중평균금리는 3.65%로 전달보다 3bp 올랐다. 대기업 대출은 3.42%, 중소기업 대출은 3.84%이었다.
잔액 기준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지난해 10월 이후 꾸준히 올라 지난달 3.83%였다. 용도별로 보면 운전자금은 7월부터 4%를 넘었고 지난달 4.01%를 기록했다. 시설자금은 3.5%다. 공장 건설과 기계·설비 구입으로 쓰는 시설자금은 담보가 있어 운전자금보다 금리가 낮은 편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중소기업 대출금리도 4%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오른 뒤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3.67%에서 같은 해 12월 3.92%로 올랐다.
금리 상승으로 당장 중소기업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시중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에 들어가 대출을 연장해주지 않고 대출 한도를 줄이는 점이다. 은행들은 통상 대출 인상기에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차이로 돈을 번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 금리가 올라가면 차주의 상환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판단해 대출금을 회수하기 시작한다. 중소기업으로선 1년 단기로 빌리는 운전자금 상환을 연장해주지 않으면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은행들은 이미 올해 초부터 자동차 부품업체 등 일부 업종을 관리 업종으로 정해 대출 한도를 관리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6월 발표한 ‘제조업 가동률 장기 하락의 원인’을 보면 국내 제조업 가운데 한계기업 비중은 2011년 7.1%에서 2015년 9.3%로 올랐다. 보고서는 한계기업이 저금리로 살아남았다고 분석했다. 금리가 오르면 이를 버티지 못하고 도산하는 기업이 다수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도 최근 들어 오르는 추세다.
취약차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취약차주란 여러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이면서 신용등급 7~10등급 이하인 저신용자를 의미한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오름세는 꺾였으나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11월 가계부채 잔액은 1514조4000억 원에 이른다. 다만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이미 대출금리에 금리 인상 기대감이 반영돼있어서 크게 오를 것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