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정부가 사고 발생 뒤 보험금 지급 여부와 금액을 평가하는 손해사정 관행을 대폭 손질한다.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보험금을 평가한다는 공정성 시비가 일어서다. 보험 계약자가 직접 손해사정사를 선임하는 권한을 강화하고, 보험사가 손해사정업무를 맡길 업체 선정 시 기준을 명확하게 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5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보험권 손해사정 관행 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보험사는 보험금 청구 신청을 받으면 서류 심사를 한다. 전체 생명보험의 93%, 손해보험의 75%는 간단한 서류 심사만으로 3일 안에 보험금 지급을 결정한다. 그러나 정확하고 구체적인 평가가 필요하면 서면·현장조사 등 손해사정을 한다.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보험사가 돈을 주고 외부 손해사정업체에 맡기거나 보험 계약자들이 직접 독립 손해사정사를 고용하는 방식이다. 보험사들은 손해사정사들이 평가한 결과에 따라 보험금 지급 심사를 해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다.
보험 계약자가 보험사 동의 없이 별도 손해사정사를 고용하면 돈이 든다. 이 때문에 전체 손해보험의 75%는 보험사가 위탁한 업체에 손해사정업무를 맡긴다. 대형 보험회사는 100% 지분을 보유한 손해사정 전문 자회사를 쓴다. 이 때문에 위탁업체들이 돈을 주는 보험회사 입맛에 맞춰 보험금을 줄이거나 주지 않으려고 자의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지난해 보험 민원 가운데 손해사정 관련 보험금 산정·지급 민원 건수는 1만733건으로, 전체의 35.7%에 이른다. 일부 손해사정사는 병원을 돌아다니며 고객을 모집해 과도하게 많은 보험금을 받아내고 10~20% 상당 수수료를 받아 챙기기도 한다. 이 때문에 보험회사-보험계약자-손해사정사 간 불신이 싹터 보험 신뢰를 깨고 있다는 것이 금융위 판단이다.
금융위는 손해사정 신뢰를 높이려 손해사정업무 위탁 관련 보험사 내부 기준을 만들기로 했다. 위탁업체 선정 시 전문인력 보유 현황과 개인정보보호 인프라 구축 현황, 민원처리 현황 등 손해사정 역량을 평가할 객관적 지표를 마련한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보험회사가 위탁 업무 범위 밖 부당한 지시를 강요하지 않도록 한다.
소비자 손해사정사 선임 권한도 활성화한다. 보험회사는 명확한 내부 기준을 만들어 소비자의 손해사정사 선임 요구 시 동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우선 단독 실손의료보험에 한해 동의 기준을 확대하는 안을 시범 운영한다. 보험회사는 원칙적으로 소비자 손해사정사 선임권에 동의하고, 손해사정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단 소비자가 선임한 손해사정사가 전문적인 업무 수행이 어렵거나 계약 조건이 합리적이 않을 때는 예외다. 소비자의 손해사정 선임 요구에 동의하지 않을 땐 그 이유를 소비자에게 설명하도록 했다.
소비자가 손해사정업체를 비교·분석할 수 있는 공시 시스템도 마련한다. 내년 1분기부터 전문인력 보유 현황과 경영실적, 징계현황 등을 통합해 제공한다. 손해사정사 역량 교육도 내년 상반기부터 실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