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시설 보호, 비행기 이착륙 시 안전을 위해 1977년 최초 지정된 김포공항주변 고도지구는 현재 ‘공항시설법’이 규제한 높이를 준용해 운영되고 있어 중복규제에 해당한다. 이처럼 타 법령과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용도지구, 지정 당시 목표를 달성해 규제 실효성이 사라진 용도지구가 통폐합된다.
서울시는 불합리한 토지이용 규제를 없애고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용도지구’ 재정비를 추진한다고 6일 밝혔다.
용도지구는 용도지역, 용도구역과 함께 토지이용을 규제‧관리하는 대표적인 법적 실행 수단이다. 토지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에 따라 주거‧상업‧공업 등 용도지역으로 나뉜다. 용도지구는 용도지역 내 건축물 용도, 건폐율, 용적률, 높이 같은 제한을 강화‧완화하고 미관, 경관, 안전 등을 도모하기 위해 도시관리계획으로 지정된다. 현재 서울시 전체 용도지구는 507개소, 약 198.3㎢이다.
용도지구 제도는 1962년 ‘도시계획법’ 제정으로 대거 도입‧폐지되면서 정착됐다. 2000년 ‘도시계획법’ 개정, 2003년 ‘국토계획법’ 제정으로 새로운 도시문제에 대한 계획적 관리 수단으로 운영·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유사한 목적의 용도지구가 세분화하고 타 법령과 중복되는 등 토지이용규제가 복잡해지면서 토지 이용에 있어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서울시는 대대적으로 용도지구 제도 재정비 사업을 추진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도지구 제도가 간헐적으로 신설‧폐지된 경우는 있었지만 대대적인 재정비는 56년 만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김포공항주변 고도지구(80.2㎢), 특정용도제한지구(5.7㎢), 시계경관지구(0.7㎢), 방재지구(0.2㎢) 등 4개 용도지구가 우선 폐지된다. 서울시 전체 용도지구 면적의 43%(86.8㎢)를 차지한다.
서울시 고도지구 전체 면적의 89.47%인 김포공항주변 고도지구는 대표적인 중복 규제로 꼽힌다. 학교 교육환경 보호 유지를 위해 환경저해시설이나 기피시설 등 특정시설 입지를 제한하기 위해 육군사관학교 주변과 서울대학교 주변 2개 지구(5.7㎢)에 지정된 특정용도제한지구(학교) 역시 ‘교육환경법’이 정한 교육환경보호구역과 유사해 중복규제에 해당한다. 서울 시내 56개 대학 중 두 곳에만 특정용도제한지구가 지정돼 타 대학교 주변지역과의 형평성 문제가 대두돼왔다.
시계경관지구는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막고 시 외곽지역의 양호한 주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1977년 서울·경기 접경 지역 3개 지구(양천구 신월동 일대, 금천구 시흥동 일대, 송파구 장지동 일대) 총 0.7㎢에 지정됐다. 최근 서울·경기 인접도시 간 연계 필요성이 커지면서 지정 취지가 약해졌고, 건축행위 제한의 경우 별도의 도시관리계획(자연녹지지역 등)으로도 가능한 만큼 서울시는 시계경관지구 폐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방재지구는 풍수해 등 재해예방에 방해가 되는 건축물을 제한하기 위한 취지로 상습침수구역 5개소(노원구 월계동, 성동구 용답동, 구로구 개봉본동) 0.2㎢에 지정됐다. 상습침수구역을 재건축‧재개발 구역으로 지정하고 정비사업을 통해 침수방지대책을 함께 진행한다는 취지였다. 일부 지역은 정비사업을 통해 침수방지 목적을 달성했지만 2개소는 정비사업 구역을 해제해 방재지구 지정의 실효성이 사라진 상태다. 또 서울시는 '자연재해대책법'에 따라 시 전역의 침수피해 예방을 위해 ‘풍수해 저감 종합계획’을 수립,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를 지정‧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번 4개 용도지구 폐지에 이어 내년에는 미관지구를 폐지하고 경관지구로 통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권기욱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이번 용도지구 재정비는 시대적‧공간적 도시여건 변화에 따라 반드시 추진해야 할 도시계획적 과제 중 하나였다”며 “그동안 다소 경직된 제도로 운영돼온 용도지구를 현 상황에 맞게 전반적으로 정비해 도시계획 차원의 공익을 지키면서도 시민의 토지이용 규제를 최소화하는 합리적인 도시관리정책을 운영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 ‘도시관리계획(용도지구) 변경 결정안’에 대해 이날부터 14일 간 주민열람 공고 및 관계부서 의견조회를 실시한다. 시의회 의견 청취,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의결 등을 거쳐 내년 4월 최종 고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