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까지인 주 52시간 근로제 처벌 유예기간을 내년 3월 31일까지 연장하기로 하면서 건설업계는 줄줄이 처벌을 피하게 됐다. 건설업계는 공사 기간 준수가 생명인 사업 특성상 기존 계약에 따라 진행 중인 사업에는 주 52시간 적용 예외를 두거나 탄력근로제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정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주 52시간 근로자의 계도기간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추가 연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이어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입법을 경사노위 논의를 거쳐 내년 2월 말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되, 2월 이전에라도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24일 국무회의서 주 52시간 근로제 처벌 유예기간을 3개월 늘려 내년 3월 31일까지로 정했다. 당초 주 52시간 근로에 따른 사업 현장의 혼돈을 줄이기 위해 탄력근로제 확대 보완이 예정됐지만 계속 지연되면서 처벌 유예기간도 함께 늘어나게 됐다.
이에 건설업계는 ‘발등의 불’은 일단 피했다는 반응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전 상황에 맞춰 공사 기간을 정하고 계약을 맺었는데, 갑자기 주 52시간을 지키며 공기를 준수하라고 하니, 이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며 “처벌 유예로 일단 범법은 피하게 됐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건설현장은 주 52시간 미준수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109개 건설사업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중 48개가 근로시간 단축으로 공기가 부족해지는 상황이었다. 또한 조사 대상 중 이미 주 52시간 이하로 운영되던 곳은 7개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건설현장 특성에 맞게 주 52시간 도입 전 계약된 사업은 주 52시간 적용 예외를 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수영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이미 계약된 민간사업의 경우 주 52시간 근무에 따른 영향에서 예외일 수 없음에도 공사비 증가와 공기 부족으로 인한 피해 보전 방안이 전혀 없다”며 “올해 7월 1일 이전에 계약된 민간 계속공사는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현 탄력근로제는 취업규칙 2주, 노사 합의 3개월로 규정하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큰 건설사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3개월 단위의 근로자 업무를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탄력근로제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