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규정한 새 통상임금 기준에 따라 미지급 임금을 소급해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회사 측의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적용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27일 오전 11시 자동차부품업체 다스 근로자 30명이 각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해 통상임금 소급 적용을 인정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보쉬전장 근로자 57명이 회사로 낸 통상임금 소송은 파기환송됐다.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꼽힌 ‘신의칙(信義則)’에 대한 해석은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다시금 확인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다만 신의칙에서 논란이 된 ‘경영위기 판단 기준’은 보다 명확해졌다. 신의칙이란 권리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를 좇아 성실히 해야 한다는 민법 제2조 1항에 근거한 원칙이다.
신의칙은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갑을오토텍 사건에서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리면서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갖춘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다만 “소급 청구를 할 수는 있지만 ‘신의칙’에 따라야 한다”는 다소 모순된 조건을 달았다. 근로자의 요구가 회사의 경영위기를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 ‘신의칙 위반’에 해당해 밀린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법원마다 ‘경영 위기’에 대한 판단 기준이 나뉘면서 신의칙 위반에 대한 엇갈린 판결이 나왔다. 경영 상태를 판단할 때 당기순이익만 고려할지, 이익잉여금(사내유보금)도 함께 고려할지 등이 나뉜 것이다.
보쉬전장 사건의 경우 1·2심 모두 “짝수 달에 지급된 상여금이 통상임금”이라고 봤지만, 경영상 어려움에 관해서는 판단이 갈렸다. 1심은 당기순이익만 기준으로 삼아 경영상 어려움을 인정한 반면 2심은 미처분 이익잉여금 등을 감안해 신의칙을 위반하지 않았다 판단했다.
반면 다스 소송에서는 1·2심 모두 당기순이익만 기준으로 삼아 누적 당기순이익이 추가 임금 비용을 크게 웃돈다며 노조 측의 추가 임금 청구를 인정했다.
다스 소송 상고심에서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삼은 원심판결을 확정함에 따라 ‘경영 위기’에 대한 판단은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일단락됐다.
한편, 대법원은 보쉬전장 원심판결에 전원합의체 판결과 배치되는 판단이 포함돼 있어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신의칙’에 대해서는 판단이 이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