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보험담당 부원장보에 이성재 전 여신금융검사국장, 은행 담당 부원장보에 김동성 전 기획조정국장, 공시 조사 담당 부원장보에 장준경 전 인적자원개발실장을 임명했다. 이 부원장보는 은행감독원, 김 부원장보는 보험감독원 출신이다.
우선 인사 자체는 이례적이다. 은감원 출신이 보험 임원으로, 보감원 출신이 은행 임원으로 가는 ‘교체’ 인사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통상 은행 임원에 비(非) 은감원 출신이 선임된 것은 금감원 출범 이후 한 번도 없었다. 권역 간 칸막이가 높은 금감원의 폐쇄적인 문화를 고려하면 매우 파격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특히 이 전 국장이 임명되는 과정에서 “보험 라인을 물갈이한다”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보험권역 직원들의 반발도 있었다. ‘보험 담당’ 설인배 부원장보는 원장의 사표 제출도 거부했다. 앞서 윤 원장은 지난해 말 9명의 부원장보에게 인사 적체 해소와 후배 직원들을 위한 용퇴를 내세우며 전원 사표를 요구한 바 있다.
보험담당 임원을 교체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보험 권역 임원들이 보험회사와 유착한다는 윤 원장의 시각이 담겨 있다고 해석한다. 보험권 직원의 반발과 담당 임원의 사퇴 거부도 윤 원장의 이러한 인식에 대한 ‘반발심’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설 부원장보는 임원직은 유지하되 직무가 배제된 상황이다.
조직 내부의 잡음은 차치하더라도 이번 인사로 시선이 가는 곳도 역시 ‘보험’이다. 보험업계는 지난해 7월부터 즉시연금 과소지급 문제를 두고 금융당국과 갈등을 겪고 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즉시연금 판매 생보사에 과소지급분을 일괄 지급하라고 권고했지만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이 이를 거부하고 채무부존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윤 원장은 최근 감독당국 권고를 거부한 삼성생명을 대상으로 종합검사에 착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칼끝을 겨누고 있다. 금감원은 규제 완화 차원에서 2016년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종합검사를 중단했다가 윤 원장이 지난해 취임 직후 부활을 전격 결정했다.
이성재 부원장보 임명으로 더 강한 ‘압박’을 예고한 셈이다. 이 부원장보는 2016년 자살보험금 사태 당시 보험준법검사국장을 맡아 보험사 제재를 이끈 바 있다. 이 분야에선 사실상 ‘저격수’로 통한다.
이번 인사로 윤 원장은 시험대에 올랐다. 우선 인사 내정자들이 혁신에 대한 마인드를 겸비한 전문가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그간 혁신을 강조했던 윤 원장은 교체 인사와 더불어 ‘소신’과 ‘명분’은 챙겼다는 분석이다. 다만 문제는 성공 여부다. 금감원 내부의 폐쇄성이란 ‘보수성’을 이겨내고 조직 안정과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