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의 경영 개입이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 안전성 등 모든 부분에서 악영향을 끼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선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이 기반이 돼야 하지만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위협은 오히려 기업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국내 행동주의 펀드인 KCGI가 한진그룹에 대한 주주 행동에 나선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KCGI를 저격한 것이라 주목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4일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이라는 자료를 통해 행동주의 펀드의 기업 경영 개입은 기업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에서 한경연은 10대 행동주의 펀드가 공격한 438개 기업 가운데 2013년과 2014년도에 공격을 시작하고 종료한 48개 기업을 대상으로 공격 기간 전후 3년의 경영성과를 조사했다.
행동주의 펀드는 자기주식 매입, 배당 확대, 자산 매각 등을 요구해 단기적으로 주주 가치를 높여 수익을 얻는 헤지펀드로 통상 공격 기간을 1년 이내로 한정한다.
조사 결과 행동주의 펀드 공격 후 고용과 시설, 연구개발(R&D) 투자가 급격히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이 있었던 기간의 고용 인원은 전년 대비 4.8% 감소했고 공격 다음 해에는 18.1%나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설비투자와 R&D 투자 현황을 살펴본 결과, 공격 이전 매년 증가하던 설비투자는 공격 기간 중 2.4% 감소했고, 공격 종료 직후 1년과 2년 후에는 각각 전년 대비 23.8%, 21.2% 감소했다.
R&D 투자는 공격한 기간에는 기존 흐름을 유지했으나 공격 다음 해와 2년 후에는 전년 대비 20.8%, 9.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행동주의 펀드가 공격한 기업의 당기순이익, 영업이익은 공격한 기간은 물론 공격이 종료된 후에도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기순이익은 공격한 기간에는 전년 대비 46.2%, 공격 기간 다음 해에는 83.6% 감소하며 큰 타격을 입었다.
영업이익도 당기순이익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영업이익은 행동주의 펀드가 공격한 기간에는 전년 대비 40.6% 줄었고, 공격 기간이 끝난 1년 후에도 전년대비 41.0% 감소했다.
부채비율은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 전까지 70% 수준을 유지하다 공격한 기간에 90.7%로 상승, 전년 대비 21.1% 증가했다. 자본은 자기주식의 매입 등에 따라 다소 감소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행동주의 펀드가 공격한 기간 자본은 전년 대비 4.5% 감소했고, 1년 후에는 14.8%, 2년 후에는 5.5%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받은 기업들은 자기주식 매입과 배당이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행동주의 펀드의 특성상 자기주식 매입과 배당 확대에 대한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조사 기업들은 행동주의 펀드가 공격하기 전 전년 대비 7~8% 내외로 증가하던 자기주식은 공격한 기간 전년 대비 20.3% 증가했다.
또 배당금은 공격 기간 전년 대비 63.8% 급증했다. 다만 1년 후, 2년 후에는 전년 대비 18.7%, 24.3% 감소했다. 3년 후 배당금이 다시 증가했으나 공격한 기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였다.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의 비율을 나타내는 배당성향은 공격한 기간 전년 대비 204.6%, 1년 후에는 전년 대비 397.0% 증가했다. 공격 1년 후 배당금이 전년 대비 감소하였음에도 배당성향이 급증한 것은 당기순이익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경연은 행동주의 펀드의 개입이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이 있지만,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선 행동주의 펀드의 단기적인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 아니라 기업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기업의 장기적 발전을 통한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장기보유 주주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차등의결권 도입 등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대책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