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공장 짓는 현대차… 남겨진 숙제 3가지

입력 2019-01-3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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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임단협 유예’ 현대차-勞 해석 제각각… 공방 ‘불씨’ ②현대차 노조, ‘생산량 조정 노조와 협상’ 조항 내세워 강력 반발 ③한국지엠과 ‘경형SUV’ 시장 충돌…‘사회적 대타협’ 취지 무색

광주광역시가 추진해온 자동차 생산 합작법인에 현대자동차가 투자를 확정했지만, 넘어야 할 산은 높고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의 국내 생산시설로는 1996년 아산공장 이후 23년 만이다. 현대차의 경차시장 재진입과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지속 창출 등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지만 향후 가시밭길을 헤쳐나갈 공동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게 차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현대차가 31일 광주시와 합의해 맺은 ‘완성차 사업 투자 협약’ 최종안과 1차 투자 협약에 따르면 새 법인의 자본금은 약 2800억 원이다. 현대차는 약 530억 원(약 19%)을 넣어 광주시(21%)에 이어 2대 주주가 된다.

현대차의 투자는 명목상 ‘비지배’가 전제다. 노조와의 잡음을 우려해서다. 그러나 이곳에서 1000cc 경차급 SUV를 생산하면서 사실상 공장 운영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2021년 하반기 첫 차가 출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경차 시장은 약 16만 대다. 전체 산업수요의 9%(지난 5년 평균) 수준이다. 2012년에는 연간 20만 대를 돌파하며 내수 시장의 13%를 차지한 바 있다.

이렇듯 알짜 시장이지만 현대차는 2002년 경차 아토스 단종 이후 이 시장을 떠났다. 고임금 구조 속에서 값싼 경차로는 수익을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아차 역시 경차 모닝과 레이를 외주업체(동희오토)에 위탁생산 중이다.

반면 출발부터 풀어야 할 숙제는 산더미다.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애초 취지와 달리 당장 △현대차 노조의 반발 △지역 및 노·노 갈등 우려 △국내 자동차 산업 부정적 영향이라는 견해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선 새 법인의 임단협 여부는 여전히 논란이다. 현대차와 광주시는 신설법인의 조기 경영 안정과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노사상생협의회 결정사항 유효기간을 누적생산 35만 대 달성 시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가시적 경영 성과 창출과 같은 중대한 사정변경이 있는 경우 유효 기간 이전에도 협의를 통해 이를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차와 노동계가 각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 중이어서 향후 공방이 이어질 수 있다.

현대차 노조와의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국내 생산량 조정과 관련해 반드시 노조와 협상해야 한다는 단협 조항을 들어 사측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측은 생산 물량 조정이 아닌 신규 공장인 만큼 노조와 협의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총파업을 불사할 태세다. 값싸게 공장 하나 돌려보려다 자칫 노조와 골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와 함께 현 정부 출범 이후 끊임없이 강조돼 온 ‘사회적 대타협’ 취지가 자칫 무색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군산공장을 폐쇄한 한국지엠은 향후 지속성장과 회생을 위해 부평 공장 신모델 투입, 창원공장 경형 SUV 생산 등을 내세웠다. 이 가운데 현재 스파크를 비롯해 다마스와 라보 등을 생산 중인 창원 공장은 2019년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공정 개선 작업인 ‘리-툴드(re-tooled)’를 거쳐 경형 SUV 생산 체제로 전환한다.

즉, 현대차가 광주 공장에서 만드는 경형 SUV와 한국지엠 창원공장에서 만들 예정인 경형 SUV가 시장에서 충돌한다는 뜻이다. 결국 원가(고임금) 구조면에서 불리한 한국지엠이 ‘치킨게임’에서 무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장기적으로 한국 자동차산업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폭스바겐이 시도했던 비슷한 형태의 생산 법인 AUTO5000을 예로 들며 “결국 2011년부터 폭스바겐의 단협을 적용하게 됐다”며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예고한 상황이고, 민노총이 배제되면서 노·노 갈등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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