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삐~' 여성혐오 맞습니다

입력 2019-02-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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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사회경제부 기자

인디 뮤지션 검정치마(37·조휴일)의 새 앨범 <서스티>(THIRSTY)가 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우리 정분 났다고는 생각지도 마/ 내가 원하는 건 오분 길게는 십오분/…/ 너의 좁은 침대에/ 내 몸을 다시 포갠 것을 후회하긴 너무 늦었고/ 신경 쓰지 않는 나를 너도 알잖아/ 사랑 빼고 다 해줄게 더 지껄여봐/ 내 여자는 멀리 있고 넌 그냥 그렇고/ 눈물이라도 흘려봐 좀 인간이 돼봐"

해당 노랫말이 문제가 됐다. 새 앨범 수록곡 '광견일기'의 가사인데, 성매매와 여성착취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앨범 표지 이미지까지 더해지면서 논란은 가중됐다. 앨범의 흑백의 표지는 괴물 가면을 쓴 남성이 의식을 잃은 여성을 안고 있는 모습이다.

음원사이트 댓글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노랫말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명백한 여성혐오"라는 지적에 "예술적 표현의 자유"라는 반박이 붙었다. 전체 맥락에서 가사를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과 '마이너한' 검정치마의 감수성이 예술을 생동감 있게 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삐~'

명백한 여성혐오다. 그의 가사 속 여성은 단지 남성의 성욕을 해결해주는 육체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이전에도 여성을 성적 대상화로 삼은 노랫말을 내놓았다. "우리가 알던 여자애는 돈만 쥐어주면 태워주는 차가 됐고"는 검정치마 데뷔앨범에 실린 '강아지'의 가사 일부다.

일상대화 중 불쑥 등장하곤 했던 "'술, 담배, 여자'를 멀리한다"라는 말을 떠올려 본다. 술과 담배 그리고 여자는 동격이라는 식의 이 말에는 여자는 기호식품이고, 선택에 따라 구매할 수도 멀리할 수도 있는 대상이라는 사고가 내재한다. 오래전부터 여성은 대화, 노랫말, 매체 등에서 철저하게 성적 대상화되고 있었다.

검정치마는 새 앨범 소개 글에 '뻔뻔하고 그로테스크한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고 적었다. 하지만 그로테스크한 앨범을 만들 때 왜 여성이 '인간이 되어야 할' 존재여야 했는지 묻고 싶다. 그로테크스(grotesque)의 사전적인 의미는 '괴기한 것, 극도로 부자연한 것, 흉측하고 우스꽝스러운 것'이다. 여성이 괴기하고 극도로 부자연스럽고 흉측하고 우스꽝스럽다는 게 그가 예술로 표현하고 싶었던 '그것'일까.

검정치마의 7년 차 팬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이렇게 글을 남겼다. "시대가 변하고 나도 변했는데 검정치마는 안 변했다는 게 충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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