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김태업 부장판사)는 정치관여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임관빈(66) 전 국방부 정책실장과 김태효(52)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은 각각 금고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김 전 장관에게 실형이 선고됐지만, 재판부는 구속적부심에서 불구속 재판을 선언한 점, 다른 재판이 진행 중인 점, 항소심에서도 불구속 재판이 바람직한 점 등을 감안해 구속영장은 발부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방, 안보 관련 글을 기재했더라도 국군 사이버사령부 부대원들의 기재 내용과 활동 방식, 당시 정치적 상황 등을 고려하면 정치적 의견 공표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피고인들은 사이버심리전 관련 문건을 보고받는 등 부대원들이 댓글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점을 충분히 인식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김 전 장관이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의혹사건 수사를 은폐·축소 지시한 점에 대해서도 “정치 관여 행위가 드러날 경우, 정부가 곤란해지거나 자신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것을 우려해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김 전 장관이 군무원 채용 시 신원조사를 시행하면서 특정 지역 출신을 배제하도록 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엄격한 신원조사를 시행하는 것이 재량 범위 내에서 공무원 선발 요건을 강화해 시행하도록 한 것이어서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1급 조사를 시행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어느 국가기관보다 정치적 중립성이 강하게 요구되는데도 국방부 최고책임자인 피고인이 법령을 위반한 것은 헌법적 가치 중대하게 침해한 것”이라며 “건전한 민주주의의 발전을 꾀하고 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김 전 장관은 선고가 끝난 후 “재판부 판단을 존중하고 항소 유무는 검토해보겠다”고 짧게 입장을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임 전 실장과 공모해 2011년 11월부터 2013년 6월까지, 김 전 기획관은 2012년 2월부터 7월까지 이명박 정부와 당시 여당(현 자유한국당)을 옹호하고 야권을 비난하는 글 1만여 건을 온라인에 작성·유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아울러 2012년 6월 사이버사령부가 댓글 공작에 투입할 군무원을 새로 채용할 당시 친정부 성향을 지녔는지를 판별하도록 신원 조사 기준을 상향하게 하고, 호남 지역 출신은 선발에서 배제하도록 한 혐의도 받는다.
한편 이들과 유사한 혐의로 기소된 배득식 전 국군기무사령관(65)은 19일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배 전 사령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군 기무사령부에 댓글 공작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