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의 '통상임금 지위 확인' 항소심 판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1심과 판결이 동일하되 통상임금 범위는 일부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3년 사이 판결은 사용차(사측)보다 노동자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21일 재계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확인 소송’의 항소심(2심) 선고가 22일 오후 열린다.
◇2016년 이후 주요 기업들 1심서 패소=앞서 2011년 기아차 노조는 "정기상여금과 수당 일부를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며 사측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통상임금 원금(약 6588억 원)과 이에 따른 3년 치 이자(약 4338억 원)도 요구했다.
2017년 8월, 1심 재판부는 이 가운데 약 39%에 해당하는 4223억 원(원금 3126억 원, 이자 1097억 원)을 통상임금 및 이에 따른 이자로 인정했다. 노조 일부 승소 판결인 셈이다. 이 무렵 금호타이어와 한온시스템 등도 1심에서 패소했다.
기아차는 1심 소송에서 줄곤 민법이 규정한 신의성실의 원칙, 이른바 ‘신의칙’을 주장했다.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을 강조한 재판이었다. 그러나 1심 패소로 그해 3분기 실적에 기타 충당부채(9777억 원)를 반영해야 했다.
법원의 통상임금 판단 기준은 일단 '보편성'이다.
대법원은 2013년 갑을오토텍(現 KB오토텍) 통상임금 소송(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정기적으로 지급한 상여금이라면 통상임금이 맞다"고 판결했다.
△고정성(모든 근로자에게) △일률성(일정한 금액을) △정기성(정해진 주기)에 맞춰 지급했다면 그건 통상임금이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최근 3년 사이 판례 역시 상대적으로 사측에 불리한 상태다.
2016~2017년 △현대위아 △한온시스템 △금호타이어 △기아차가 모두 1심에서 패소했다.
워크아웃 등 부침을 겪었던 금호타이어만 항소심 판결이 뒤바뀌었다. 회사는 1심 이후 실적에 반영했던 충당금 1000억 원을 환입하기도 했다.
기아차의 상황도 비슷하다. 2010년대 들어 연간 영업이익이 4조 원을 넘나들었던 기아차는 최근 실적이 25% 수준으로 줄었다.
◇1심과 판결 같아도 '통상임금' 범위 축소 예상=사정이 이렇다보니 기아차 2심 판결을 전망하는 시각은 각각 엇갈린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기업 실적 저하를 우려하며 사용자(기아차) 측의 승소를 기대하고 있다.
경총은 14일 대법원의 ‘시영운수’ 통상임금 소송에서 근로자 측이 승소하자 “경제 문제는 법률적 잣대로 재단할 수 없음에도 재판부가 근로자 보호만을 강조했다”고 비판했다.
이번 항소심을 앞두고 최준영 기아차 부사장 역시 담화문을 통해 "1심 때보다 회사 경영 사정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 부사장은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1%에 불과하다”며 노조에 통상임금 관련 협조를 당부하는 한편, 재판부를 향해 ‘신의칙 적용’을 간접적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거꾸로 노조는 항소심 판결에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기아차 노조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시영운수 노조가 제기한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노동자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며 “우리 항소심 재판부 역시 현명한 판결을 내릴 것”이라며 2심 역시 승리를 자신했다.
경영자 측과 노동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분석은 금융투자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기업과 근로자 어느 한쪽에 서기보다, 정확한 분석과 전망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아차 2심의 쟁점은 신의칙 적용 여부와 통상임금의 범위 축소 여부에 달려 있다”며 “최근 사측에 불리하게 나오는 판례들을 감안하면 기존 판결(1심 사측 패소)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통상임금의 범위는 1심보다 줄어들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박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시영운수는 통상임금 여부에 따라 사측 부담이 연매출의 4% 미만이지만 기아차는 노조 주장대로라면 최근 1년치 영업이익 전부를 내놔야 할 상황”이라며 시영운수 판례의 직접적인 적용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