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수출 집중도가 해외 주요 수출국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위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수출이 10%만 감소해도 최대 20조 이상 생산유발액이 감소하고 5만 명 이상이 직간접적으로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9일 ‘우리나라의 수출 편중성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한국의 수출 품목 집중도(HHI지수X1000)는 137.2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홍콩을 제외한 10대 수출국의 평균인 77.9보다 약 1.8배 높은 수치다.
우리나라 수출구조의 편중성은 최근 2년간 급등한 반도체 수출로 인해 더 커졌다. 지난해 수출 품목 집중도는 2010년(110.6)보다 24% 증가했고, 2016년(121.1) 대비로는 13.2% 늘어나며 지난 20여 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태규 한경연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수출 품목 집중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일부 주력 품목의 수출이 전체 수출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 “특히 1위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부진할 경우 우리나라가 받는 영향은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른나라에 비해 수출 품목 집중도가 높은 이유로 20여 년 이상 선두권을 유지해 온 반도체의 기술우위를 들 수 있지만, 다른 주력 제조업의 부진과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실패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 역시 반도체의 경기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올해 반도체 수출이 큰 폭으로 축소되면 우리나라 수출 역시 흔들리는 구조라는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은 역성장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WSTS(World Semiconductor Trade Statistics)의 최근 ‘2019 세계 반도체시장 전망’에 따르면 작년 말부터 올해 세계 반도체시장 성장 전망치를 점차 하향 조정해왔으며 가장 최근인 2월 말에는 △3.3%의 성장률을 예상했다. 특히 메모리반도체 분야는 △14.2%로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올해 1, 2월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대비 격감한 사실을 볼 때 WSTS의 전망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의 메모리반도체는 전 세계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성장률과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증가율은 유사한 패턴을 보여왔다.
보고서는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메모리반도체 시장 성장률과 유사하게 △10%를 기록한다는 시나리오에서 산업연관효과를 분석하면 최대 20조 이상의 생산유발액 감소와 5만 명 이상의 직간접 고용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경연은 수출 품목 집중에 따른 수출 감소의 위험성을 감소하기 위해 주력 수출산업의 경쟁력 확보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후발 국가와 격차가 거의 없는 주력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지원과 불필요한 각종 규제 및 제도에 대한 개선이 급선무”라며 “‘기업활력제고특별법’ 연장 등 구조조정 지원제도를 강화하고 지속적으로 심화돼 가고 있는 노동경직성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혁신성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되 이 과정에서 생기는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 조정도 산업성장을 막는 방향으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