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올들어 처음으로 국고채 단순매입을 실시할 예정이다. 다만 예상외로 갑작스런 결정에 채권시장에서는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 10일 한은이 국고채 단순매입으로 보유했던 14-1 종목이 만기도래 한 바 있다. 한은이 보유했던 14-1종목 규모는 6800억원이다.
당시 한은은 지난해와 달리 만기도래분 정도를 충원하는 선에서 단순매입을 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도 6월 만기도래분까지 감안해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6월 만기도래분은 16-2 종목 5000억원이다.
이와 관련해 한은 관계자는 “과거 유동성이 최대치로 많았을 때를 감안해 만기도래분은 빨리 확충하는게 좋겠다고 결정해서 (빠르게) 하게 된 것”이라며 “만기도래분 정도는 충원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6월 만기도래분이 있는 만큼 6월을 전후해서도 (단순매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최근 경기둔화 우려에 따라 재정집행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는데다, 미세먼지로 인한 추가경정예산(추경)까지 거론되면서 시중에 자금이 대규모로 빠르게 풀릴 수 있다는 점을 대비한 것은 아닌가라는게 일각의 시각이다.
실제 기획재정부는 부족자금을 마련키 위해 재정증권 발행에 속도를 내고 있는 중이다. 올들어 현재까지 6차례에 걸친 재정증권 발행으로 13조5000억원의 실탄을 확보한 바 있다. 27일에도 2조5000억원의 재정증권 발행이 예정돼 있다. 작년 한해 총 2조원 발행에 그쳤던 것과는 대비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앞선 한은 관계자는 “유동성 전망에 따라 통안계정과 환매조건부채권(RP), 통화안정증권(통안채)을 할 수 있다. 다만 통안채는 매월 발행계획을 발표하고 있고 통안계정은 완벽히 대체되지 않는다. RP는 대상채권이 많을수록 정부지출로 유동성이 확대됐을 때 한번에 최대치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 나중에 그런 상황이 왔을때를 대비한 준비차원”이라면서도 “정부와 컨퍼런스콜을 하지만 정부가 한두달사이 자금을 한꺼번에 풀지, 어느달에 풀지 등에 대해서는 미리 예상할수 없다.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때문에 RP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은은 평상시 RP매각을 위한 담보채권을 확보하기 위해 국고채 단순매입을 실시해오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에는 6회에 걸쳐 총 4조2000억원어치를 매입한 바 있다. 현재 한은이 국고채 단순매입으로 보유한 국고채 규모는 15조5600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