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앞으로 해외 주둔 미군의 비용 전부를 주둔국에 넘기고 거기에다 50%의 할증까지 요구할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한때 우리 사회가 다소 소란스러웠었다.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이 이러한 보도에 대해 “틀린(erroneous) 것이다”라고 답함으로써 소란이 진정되기는 했지만 언제 또 그런 보도가 다시 나오고, 그런 일이 실지로 벌어지게 될지 알 수 없는 우리로선 불안할 수밖에 없다. 어서 국력을 키워 강대국의 눈치를 보는 일이 없어야 할 텐데…, ‘임중이도원(任重而道遠)!’ 정말 책임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
할증은 割增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벨 할’, ‘더할 증’이라고 훈독한다. 글자대로 풀이하자면 ‘베어다 더함’, 즉 “일정 값에다가 그 일정 값의 몇 %를 덧보태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예를 들자면, 심야택시의 할증요금은 택시의 기본요금에다가 그 기본요금의 몇 %를 덧붙인 요금인 것이다. 만약 미국이 앞으로 현재 미군을 주둔시키는 데에 드는 비용 전체를 주둔국이 떠맡도록 하고, 거기에다 현재 비용의 50%를 덧붙인 비용을 주둔비용으로 부담하게 한다면 우리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일이다. 무리한 요구라고 할 수밖에 없다. 미군의 주둔이 꼭 우리만을 위한 것도 아닌 만큼 그런 발상 자체가 나와서는 안 될 것이다.
할증의 반대말은 할인(割引)이다. ‘引’은 ‘끌 인’이라고 훈독하는 글자이니 할인은 ‘베어서 끌어냄’이라는 뜻이다. 일정 값에서 그 일정 값의 몇 %를 깎아주는 것이 바로 할인인 것이다. 백화점이나 마켓에서 수시로 하는 “○○% 할인 행사”가 바로 할인의 대표적인 용례이다.
할인이나 할증을 ‘활인’이나 ‘활증’으로 쓰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할(割)’이 어떤 의미를 가진 글자인지를 모르고 단어를 소리 나는 대로만 쓰다 보니 그렇게 사용하게 된 것이리라. 한자를 모르는 까닭에 단어의 깊은 뜻을 모르는 채 피상적으로만 사용하는 현실이 적잖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