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세운다’는 의미로 가장 보편화한 말은 ‘세울 건(建)’을 쓰는 ‘건국(建國)’이다. ‘왕건이 고려를 건국하다’,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다’ 등이 바로 그런 예인데, 한 왕조를 새로 세우는 것을 건국이라고 하였다. 근대적 의미의 공화정(共和政) 이전에는 한 가문에서 왕권을 잡으면 그 왕권은 같은 혈통의 후손들에게 세습되었는데, 그 세습을 끊고 새로운 가문이 나타나 새로운 왕조(dynasty)를 세우는 것을 건국이라고 한 것이다.
‘열 개(開)’ 자를 쓰는 개국(開國)은 한 왕조의 건국이 아니라, 한 민족이 처음으로 나라를 세움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의 역사로 보자면 단군조선, 즉 고조선이 처음으로 나라를 세운 것이 바로 개국이다. 그런데 단군조선은 천제이신 환인의 아들 환웅이 ‘홍익인간(弘益人間)’의 큰 뜻을 품고 지상으로 내려와 웅녀를 아내로 맞아 낳은 천제의 손자인 단군이 세운 나라이기 때문에 천손의 후예가 ‘하늘의 뜻을 지상에서 열어’ 개국했음을 밝히고 기념하기 위해 특별히 ‘개천절(開天節)’이라고 한다. 개천절은 다름이 아니라, 우리 민족 최초로 나라를 세운 개국기념일인 것이다. 나라를 세운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는 단어로 ‘설 립(立)’ 자를 쓰는 ‘입국(立國)’도 있다. 이미 세워진 나라의 면모를 일신하여 새롭게 도약한다는 의미로 많이 사용한다. 즉 “국력을 길러 나라를 번성하게 하는 것”을 입국이라고 하는데 ‘공업立國’, ‘문화立國’ 등의 구호가 바로 그런 예이다.
물론 建國, 開國, 立國을 가리지 않고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의미로 봐서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구분하여 사용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공화국 시대에는 더 이상 한 가문 중심의 ‘건국’은 있을 수 없다. 이미 건국한 대한민국의 영원한 발전을 기원할 따름이다. 대한민국의 영원한 발전, 그 답은 ‘문화입국(文化立國)’에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