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오토인사이드] 경차, 이제 신학기에 많이 찾지 않아요

입력 2019-05-0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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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판매 속설’ 팩트체크

1980년대 말, 우리나라에도 국민차(경차) 프로젝트가 추진됐다. 첫 사업권은 당시 대우조선이 따냈다. 대우차와 별도로 경남 창원에 ‘대우국민차’를 설립, 800cc(당시 기준) 경차를 개발해 내놨다. 일본 스즈키 알토의 3세대가 베이스 모델이었다.

그렇게 대우국민차 티코가 등장했다. 서울올림픽 직후 시작한 경기침체 탓에 경차는 불티나게 팔렸다. 현대차와 기아차 역시 서둘러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1990년대 중반에는 경차 3파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회초년생 또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경차 붐도 일어났다. 대중교통보다 유지비가 싸다는 마케팅에 대학생 자가용 통학 문화도 생겼다.

자연스레 경차는 대학 신입생을 노린 마케팅에 열중하기도 했다. 이른바 캠퍼스 마케팅이었다. 자연스레 신학기가 시작하는 2~3월은 경차 성수기로 불렸다.

반면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이런 정설은 사라졌다.

“특정 차종은 특정 기간에 잘 팔린다”는 속설이 이제 희미해진 것.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미니밴이 가장 잘 팔린다거나, 연말 기업체 승진 인사 때 준대형 세단이 많이 팔린다는 것도 실제 증명되기 어려웠다.

본지가 국내에서 판매 중인 경차 2종과 미니밴, 준대형 세단 3종의 최근 5년간 월별 판매 추이를 전수조사한 결과 유의미한 상관성을 찾기 어려웠다.

예컨대 최근 5년 동안(2019년은 4월까지 반영) 기아차 모닝은 4분기에 가장 많이 팔렸다. 쉐보레 스파크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아차 카니발 역시 가정의 달 5월보다 추석 연휴를 앞둔 7~8월 판매가 많았다. 연휴 때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달릴 수 있다는 점도 구매욕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분석된다.

고급 준대형 세단 역시 기업체의 연말 승진 인사에 맞춰 법인 수요가 급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뚜렷한 연관성을 찾기 어려웠다.

오히려 풀모델 체인지 시기에 내수 판매가 증가했고, 대대적인 할인 마케팅이 성행하는 시기에 판매가 급증했다.

특정 기간에 특정 차종이 잘 팔린다는 정설이 희석된 배경에는 1가구 2차량 시대가 확산됐고, 차종별 특징이 뒤섞인 이른바 ‘크로스오버’ 모델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나아가 임원 처우를 줄이거나 임원 규모를 축소하는 등 기업체의 긴축재정이 본격화된 것도 이런 자동차 업계의 마케팅 변화를 불러온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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