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구본무 전 LG 회장이 향년 73세의 나이로 타계한 지 이달 20일로 1년을 맞는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LG는 구 전 회장의 기일을 맞아 추모 방식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평소 LG가(家)는 소탈과 탈격식을 지향해 왔지만, 올해가 구 전 회장의 첫 기일일 뿐 아니라 회사 임직원을 위한 추모 기회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내부의 목소리가 나와서다.
LG는 대체로 대규모로 창업주 일가와 관련된 행사 등을 열지 않았다. 지난해 구 전 회장의 장례도 ‘비공개 가족장’으로 치렀다. 구 전 회장이 복잡한 격식을 멀리하고 소탈한 삶을 일관되게 추구했던 만큼 유족들이 고인의 유지를 따르기로 하면서다. 심지어 장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장례 당시 임원들 가운데 추모를 못 한 이들이 많다는 의견에 따라 올해 회사 차원에서 추모식이 열릴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추모식이 열리더라도 고인의 유지와 가족들의 뜻에 따라 간소화한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구 전 회장이 잠든 곤지암에는 조촐하게 가족들만 찾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LG 관계자는 구 전 회장의 추모식과 관련해 “현재까지 검토 중이나 확정된 것은 없다. 대규모로 추모 행사하는 분위기는 기본적으로 아니다”라며 “작고하셨을 때 장례식도 가족장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한편, 관심을 모으던 구본준 전 LG 부회장의 계열분리 작업은 현재 멈춘 상태다. 구 전 부회장은 LG 부회장직에서도 물러나 비상근 고문직을 맡고 있다.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는 LG전자 등기이사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LG화학 등기이사직도 만료됐다.
구 전 부회장의 행보와 관련해서는 △LG그룹 내 일부 계열사 분리 △㈜LG 지분 매각 후 일부 사업과 맞교환 △㈜LG 지분 유지하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소문만 무성할 뿐 현재 진척되고 있는 사항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 전 부회장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자동차 전장·전자 부품 사업 등이 그룹의 ‘미래 먹거리’ 사업이라는 점에서 계열 분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구 전 부회장이 ㈜LG 지분을 통해 가져가는 배당금이 1년에 수백억 원에 달하는 만큼, 당분간 계열 분리를 하지 않고 우호지분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룹 4세 경영을 보다 안착시킨 후 계열분리를 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LG가 미래 먹거리로 밀고 있는 전자, 통신, 화학 등 신성장 사업이 많아 계열 분리가 어려울 것”이라며 “LG 계열사와의 사업 중첩성,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 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상태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