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마켓에서 선방하는 벤처들이 가장 원하는 출구 전략은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이라 하겠다. 얼마 전 우버가 나스닥에 IPO를 하여 9조 원(80억 달러) 정도를 모았다. 2009년에 시작한 벤처로, 어찌보면 벤처 붐이 조금 지나가고 미국 경제상황이 가장 안 좋은 시점에서 시작한 혁신적 비전과 노력의 보상이라 하겠다. 그러나 벤처의 IPO는 실리콘밸리에서 성장한 회사들에도 상당히 드문 경우이다. 이보다는 조금 더 자리 잡은 회사에 인수합병을 추구하는데, 이도 상당히 화려한 성적표를 보여줄 수 있다.
이베이에 약 1.8조 원(15억 달러)를 받고 넘긴 페이펠, 페이스북에 약 1.2조 원(10억 달러)에 넘어간 인스타그램이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인수합병으로 출구를 찾은 벤처다. 사실 1억 달러 정도의 인수합병은 뉴욕이나 실리콘밸리에서는 흔한 일이다. 이뿐만 아니라 창업 이후 벤처에 들어온 전문경영인이나 전략파트너에게 지분을 넘기면서 나오는 경우도 많다.
벤처를 시작하는 창업가에게 비즈니스 모델과 성장 전략에 대한 고려만큼이나 강조하여야 하는 것이 출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이다. 물론 창업가가 나갈 것을 먼저 생각하고 들어온다는 것이 어폐가 있고, 창업을 하겠다고 뛰어들었으면 절대 나갈 생각을 하면 안 된다는 조언도 말이 된다. IPO든 M&A든 가능성과 미래 수요를 증명한 벤처들에 주어지는 기회이고 고민해야 하는 결정일 텐데,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지도 못하고 마켓에서 퇴출되는 벤처가 75%를 넘는 현실에서, 막 시작하는 벤처가 출구 전략에 대해 논의한다는 것도 큰 의미가 없다고 반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창업 초기에 출구를 어찌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고려가 사실 벤처를 진행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다만 여기서 구체적 고려란, 회사 성장이 어떤 모습을 보이면 출구를 생각할지 ‘출구 평가지표’를 짜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구체적 출구 전략은 외부 투자자에게 장기적 그림을 줄 수 있고 창업자에게 오는 기회도 극대화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벤처 성장에 여러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외부 투자이다. 평균 8년에서 10년이 걸려야 보상이 들어오는 외부 투자자들은 긴 기간을 답답해하고 불안해한다. 이들에게 어떤 평가지표를 사용하여 출구 기회를 찾겠다는 시나리오는, 해당 벤처 모델에 대한 투자가 어떤 반환과 보상을 기대할 수 있고, 그것이 어떤 타임라인으로 진행될 것인지에 대한 이해와 수용성을 높인다. 거꾸로 말하면 현실적 출구 전략이 없는 비즈니스 모델은 투자자를 모으기도 힘들고, 결정적 시기에 그들의 인내심을 얻어내기도 어렵다.
더불어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비즈니스 모델의 유용성이 증명되면, 회사 성과가 운영 방법 유용성(operational efficiency)에 의해 결정되는 시점을 맞게 되는데, 이때 창업자들이 열정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는 너무나 헌신적으로 노력을 다하여 몸과 마음이 완전히 지쳐버리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벤처의 성장 지표가 아무리 훌륭하다 하더라고 출구를 생각하여야 하는 요인이라 하겠다. 즉 출구 평가지표에는 벤처의 실제 성적표뿐만이 아니라 창업자의 열정 정도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벤처를 진행하다 보면 당연히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가 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벤처를 서둘러 넘길 필요도 없지만, 절대 놓을 수 없다는 생각에 중요한 성장의 기회를 놓치고 결국 파산하는 벤처들도 많이 보았다. 더 밀고 갈 것인지, 방향을 바꿀 것인지, 이대로 진행할지 아니면 나갈지, 나간다면 어떤 모양으로 나갈지 고민을 해야 할 시점에 있어, 초기부터 깊이 고려해온 구체적 출구 평가지표는 후회하지 않을 벤처의 종착점을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