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낙하산 인사' 파문이 더욱 확산되면서 대정부 투쟁으로 치닫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노조는 오는 24일 오전 여의도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KB금융지주 황영기 회장과 김중회 사장 선임 철회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노조측은 지난 14일부터 천막농성에 돌입한 뒤 황 내정자와 김 내정자, 그리고 사외이사 전원에 대해 출근을 저지하고 있다.
특히 이번 기자회견에는 노동계는 물론 통합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야당 인사들과 참여연대, 경제개역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대거 합세해 정부의 잇따른 '낙하산 인사'에 강력하게 항의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은행 노조는 "철저한 삼성맨이자 대선 정국에서 이명박 후보 나팔수였던 황영기씨는 삼성으로 돌아가든 청와대로 들어가라"며 "민간 금융기관의 수장으로 임명되는 것은 스스로의 정체성마저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중회씨 역시 본인의 전공을 살려 금감원으로 돌아가던지 뇌물 상납으로 지목되는 삼주산업으로 들어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꼬집었다.
낙하산 인사로 인한 파문은 수출입은행도 마찬가지다. 수출입은행 노조도 지난 18일 진동수 전 재경부 차관이 행장으로 임명된 것에 반발해 21일부터 천막농성과 출근저지에 들어갔다.
노조측은 이번 인사를 '공기업 선진화로 포장된 무원칙한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인사가 철회될 때까지 정면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금융노조도 금융공기업 민영화에 반대해 오는 23일 오전 11시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집회에는 금융노조 소속 16개 금융공기업지부 조합원 300여 명이 참가해 최근 들어 가장 큰 규모의 집회가 될 전망이다.
노조측은 "금융공기업 임원에 대한 무차별적인 낙하산 인사를 자행함으로써 정부 스스로 공기업 개혁의 도덕성과 명분을 잃어버렸다"며 "도덕적으로 불감증에 빠진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공기업 구조개혁이란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에 앞서 기업은행도 노조측이 김준호 감사 임명에 강력 반발해 지난달 30일부터 17일 동안 출근저지를 하면서 '홍역'을 앓은 바 있다.
이처럼 금융권이 낙하산 인사 파문으로 인한 갈등과 대립은 더욱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노조와 야권 그리고 시민단체가 결합해 대정부 투쟁으로 확대되는 형국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