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타워크레인 노조가 전국 아파트 등 고층건물 공사현장의 타워크레인을 점거하고 4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2500여 대의 타워크레인이 멈춰서면서 수많은 건설공사가 마비됐다. 노조는 임금인상과 소형 타워크레인 사용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공기 지연과 아파트 입주 차질 등으로 건설업체 및 입주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건설현장에서는 이미 양대 노총이 서로 자기 조합원을 고용하라는 요구를 내걸고 충돌하면서 공사 진행을 가로막고 있는 곳이 수두룩하다. 건설업체들은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지만, 보복이 두려워 제대로 대처도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회사의 물적분할안 주주총회 통과에 반발해 3일 전면파업, 4일 7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5일과 7일에도 4시간, 2시간씩 부분파업을 이어 간다. 노조는 지난달 31일 원래 예정된 주총장을 무단점거했다가, 회사 측이 장소를 옮겨 통과시킨 물적분할의 무효를 주장한다. 노조는 주총장 봉쇄를 금지한 법원 결정도 무시했고, 이후 폭력과 난동을 벌이기까지 했다.
더욱이 대우조선 노조는 3일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이 거제 조선소에서 진행하려던 현장실사를 막았다. 조합원들이 몸에 쇠사슬을 걸고 출입문을 봉쇄했다. 노조는 무조건 현대중공업의 인수 철회를 요구하면서, 실사단이 공권력을 앞세우면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결국 제 밥그릇 챙기기 파업이다. 타워크레인 노조는 소형 크레인의 안전문제를 제기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원격조종되는 소형 크레인 운전원 상당수가 비노조원이고 보면 자신들의 일자리가 뺏기는 데 대한 반발이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는 쇠락하는 조선업을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타개책이다. 물적분할 역시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 등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는 이 과정에서 고용 안정을 약속했다. 그럼에도 노조는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불안을 주장하면서 파업을 강행하고 있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국민소득(잠정)’에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기 대비 -0.4%로 나왔다. 한 달 전의 속보치였던 -0.3%보다 더 떨어진 수치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수출과 투자가 쪼그라든 탓이다. 수출이 3.2% 줄었고, 설비투자 감소폭은 -9.1%, 건설투자 -0.8%였다. 한은이 올해 전망한 성장률(2.5%) 달성은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기업이 살아야 투자가 늘어나고 경제성장의 정상궤도를 되찾을 수 있다. 그래야 일자리도 만들어진다. 지금 노조들이 벌이는 파업은 자신들을 고용하는 기업의 존립 자체를 흔들고 경제를 더 망가뜨리는 행태다. 막무가내 파업이 결국 일터마저 없애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